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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느끼는 개와 고양이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주인과의 스킨십이다. 개는 틈만 나면 주인의 쓰다듬을 받고 싶어 하지만, 고양이는 늘 도도한 자세로 사람을 쳐다보며 자신이 먼저 다가가고 싶을 때가 아니고서는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고양이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아랫것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모신다'는 뜻으로 서로를 '집사'라고 부른다.

'랜선집사'는 다른 사람이 키우는 고양이 사진, 동영상 등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네티즌을 아우르는 말이다. 인터넷 망을 의미하는 '랜(LAN)'선(線)과 집사가 결합 된 것. 요즘 랜선집사는 비단 고양이뿐 아니라 개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을 좋아하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원래는 TV 프로그램 중 육아예능 프로가 인기를 얻으면서 귀여운 아기들에게 열광한다는 뜻으로 '랜선맘', '랜선이모'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랜선○○'이란 말이 파생됐다.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지 못하지만,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을 동경하는 랜선집사들이 늘면서 최근엔 말없이 반려동물 사진만 올리는 '고독한 오픈 채팅방'까지 등장했다. 오픈 채팅은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불특정 다수가 익명으로 참여하는 그룹 채팅을 말하는데, 주로 '고독한 고양이' '고독한 강아지' 같은 이름으로 방이 열린다.



랜선집사들이 운영하는 이런 오픈 채팅 방은 '채팅'이라는 말 자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강퇴' 당한다. 채팅방 공지사항에는 해시 태그로 '#짤환영', '#말금지', '#집사님 환영' 같은 문구들이 올라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와 강아지의 사진들만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하품하거나 잠자는 모습, 우유를 먹거나 애교를 떠는 모습, 드러누워 멍때리는 등의 사진을 보며 네티즌들은 무언의 교감을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람은 고독하지 않기 위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인데, 고양이와 강아지의 사진들만 보며 사람과의 대화는 단절한 채 고독을 즐기는 랜선집사들의 모습은 사이버 세계에서 자신만의 위안을 찾는 현대인들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김선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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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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