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방관 책임 여전한 현실 개선해야

29명이 사망한 제천 화재사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후진적 소방체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특히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현장 접근이 늦어진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차량을 치우고라도 소방차가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소방관들의 목소리다. 진입과정에서 발생한 재산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소방관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제천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소방기본법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소방관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은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국회에 따르면 '소방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말 공포됐다. 긴급출동한 소방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도로교통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주·정차 차량은 철거 시 훼손돼도 보상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고, 6월 말부터 시행된다. 소방청은 시행에 맞춰 긴급 상황 시 주정차 차량을 적극적으로 제거·이동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차량 제거와 이동 조치 규정이 현행법에 규정은 돼 있었지만, 구체적인 손실보상 절차나 판단 기준 등이 미비해 실질 운용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방공무원들은 각종 민사소송 등에 시달리는 고충을 겪고 있다. 소방관 개인이 적법한 소방활동 중 벌어진 사고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더라도 자비로 변상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변호사를 직접 선임해야 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소방활동 관련 소송은 경기도 내 5건 등 13건으로, 청구금액은 15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소방관 개인을 손해배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 소송의 피고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소방차 진입을 막는 불법주차 차량을 걷어낼 수 있게 됐지만 정작 소방관들의 책임 문제는 여전한 것이다.



불난 집에는 도끼로 출입문을 깨서라도 소방관들이 조기에 진입해야 한다. 소방차를 가로막는 불법 주차 차량은 옆으로 치워서라도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재산상 피해는 단 한 푼이라도 소방관에게 부담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후진적 소방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국회는 소방관들이 재정적 부담과 소송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즉각 제개정·공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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