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작은 사랑

권성훈

발행일 2018-01-1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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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이런 방(房)이라면 좋겠다

한지에 스미는 은은한 햇살 받아

밀화빛 곱게 익는 겨울

유자향 그윽한



내 사랑 이런 뜨락이라면 참 좋겠다

눈 덮혀 눈에 갇혀 은백으로 잠든 새벽

발자국 누군가 하나

꼭 찍어 놓고 간

이지엽(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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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방이 있다. 그 안에서 사랑을 꿈꾸고 말하며 사랑한다. '내 사랑'이 익어가는 그러한 방에서 밖으로 마음의 창을 내고 "한지에 스미는 은은한 햇살"처럼 말없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이름이 고요히 빛난다. 그 속엔 하얀 종이와 햇살과의 은밀한 만남같이 "밀화빛 곱게 익는 겨울"이 있고 사랑이 스며든 자리마다 "유자향 그윽한" 향기로운 뜨락이 있다. 함박눈같이 힘이 센, 그 사랑은 밤사이 "눈 덮혀 눈에 갇혀 은백으로 잠든 새벽"을 가볍게 밟고 온다.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이른 아침 "발자국 누군가 하나/꼭 찍어 놓고 간"것을 보면 크기만큼 내려앉은 느낌으로 또 당신에게 다녀갔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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