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1급기밀

대한민국이 알면 안되는 '비밀'… '조직'의 배신자 vs '국가'의 배신자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8-01-18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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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기밀-영화

故 홍기선 감독 '마지막 고발'
실화투영 방산비리 실상 그려
거대불의 맞서는 나약한 개인
통쾌한 엔딩후 '현실' 씁쓸함

■감독 : 故 홍기선
■출연 : 김상경, 김옥빈, 최무성, 최귀화, 김병철
■개봉일 : 1월 24일
■드라마/12세이상 관람가/101분


여건이 힘든 전방에서 근무하던 박대익 중령은 어느 날,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구매과 과장으로 부임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새로 부임한 항공부품구매과는 가족 같은 곳이다.

박대익 중령을 '식구'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한다. 이곳에 온 후 승진 후보군에도 올랐다. 정말 모든 것이 탄탄대로일 것만 같은 박 중령의 인생은, 사실 그때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6년 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故 홍기선 감독의 신작 '1급 기밀'은 군수 비리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드라마다.

1급기밀
2003년 세계 최장기 정치범으로 기록된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삶을 극화한 '선택', 이태원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대학생을 살해한 한국계 미국인의 범죄를 다룬 '이태원 살인사건'과 함께 사회고발 영화를 쉬지 않고 제작해 온 홍 감독의 고발시리즈의 마지막 편이자, 유작이다.

영화는 화려한 기법이나 특별한 장치 없이, 아주 정직한 방식으로 우리가 몰랐던 군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친다. 감독은 이들이 '식구'라는 테두리 속에 서로를 묶어 동화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다소 지루하다 느낄 만큼 이어지는 초반의 장면들은 식구라는 테두리를 박차고 나온 박 중령의 고통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한다.

식구는 불법적 이익을 공유하고 서로의 양심을 묶는 도구로 사용될 뿐 이었고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철저하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희생을 치러야 하는 조직의 생리를 가감 없이 영화 속에 그렸다.

놀라운 것은 영화 속의 사건이 지금 현재도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구매 담당관 故 박대기씨가 외국 무기 부품 구매 과정에서 국방부가 제작가보다 최고 4천500배 높게 고가로 외국 부품을 구입해 예산을 낭비한다고 고발했다.

2002년에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인 'F-X사업'의 시험평가를 책임지고 있던 공군시험평가단 부단장 조주형 대령이 미국 내에서도 사실상 단종된 특정기종을 선택하라는 국방부 핵심인사의 부당한 압력을 폭로했다.

또 2009년 해군 장교 김영수 소령이 모자이크도 없이 방송에 출연해 육해공군 통합기지인 계룡대 근무지원단 간부들의 횡령을 고발했다. 영화는 박대익 중령에 정의롭게 조직의 비리를 고발했던 내부 고발자들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영화의 문법상, 비리를 일삼는 조직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며 영화의 끝을 맺었지만 현실은 절대 통쾌하지 않다. 감독은 그것을 잊지 않고 고발한다. 내부고발자들이 현재 처한 비극적 현실과 그 후의 이야기를 자막을 통해 짧게 내비치며, 우리의 양심을 건드린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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