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최고급 바둑판을 만드는 비자나무

김영박

발행일 2018-01-2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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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온통 회색빛 하늘로, 밝은 햇살을 보기 힘든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올 겨울 들어 더욱 강력해진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숲은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이슈가 되었을 때는 특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생산하고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대기정화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1㏊ 규모의 숲은 연간 오염물질 168㎏을 흡수하여 우리가 호흡하게 해주는 허파역할을 한다.

한겨울에도 짙푸른 생명력으로 감동을 주고 눈덮힌 숲속에서 고고한 지조를 지닌 채 서있어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나무로 비자나무가 있다.

비자나무는 주목과의 늘 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높이 25m, 지름이 2m까지 자란다. 따뜻한 곳을 좋아해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제주도, 일본 중남부 등지에 주로 분포하며, 내륙에서는 전북의 내장산과 백암산 지역이 북방한계선으로 볼 수 있다. 비자나무는 건조하고 척박한 곳을 매우 싫어하며 그늘에서도 잘 자라지만 느리게 자라기로 유명해 키는 1년에 1.5㎝ 정도, 지름은 100년이 지나야 겨우 20㎝ 정도 밖에 자라지 못해 나이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무의 형태는 곧고 긴 가지가 비스듬히 뻗어 위쪽이 타원형이 되며, 줄기는 어릴 때는 붉은 빛이 도는 회갈색을 띠지만 오래될수록 짙은 회갈색이 되며 세로로 깊게 갈라져 벗겨진다.

비자나무는 아무래도 깃처럼 배열된 반들반들한 잎이 특징이다. 잎의 길이는 2.5㎝정도로 가지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약간 어긋나 꼬여서 달린 잎의 배열은 머리빗을 연상케 할 정도로 정연하며, 한문 비(非)자를 닮았다. 잎 표면은 짙은 녹색으로 끝이 단단하고 뾰족해서 만지면 따갑다. 비자나무라는 이름이 비(非)자를 닮아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도 있지만 중국명 비자(榧子)를 차용해서 쓴 이름이라고 한다.

4월에 피는 꽃은 꽃잎을 달고 있는 완전한 모양이 아니기에 눈에 잘 띄지 않으며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 피는 암수딴그루이다. 수십㎞ 떨어진 곳에 홀로 서 있는 암나무도 바람이 맺어주는 인연으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봄에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를 한 다음 작은 열매가 맺히는데 이 상태로 겨울을 난 다음 이듬해 봄에 다시 열매가 본격적으로 자라기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열매가 맺히는 것이다. 이 열매 속에 있는 씨앗을 비자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비자나무를 여러 용도로 사용했다. 열매는 약제 또는 기름을 짜서 활용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구충제로 처방했고 '임헌경제지'에는 '씨를 살짝 볶아 약과나 두부를 부치면 향기와 맛이 좋다'고 했다. 비자나무는 다양한 쓰임새 때문에 고려와 조선에 걸쳐 주요한 진상품이었다.

목재는 재질이 치밀해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고 결이 고와 관재나 가구, 특히 바둑판 등의 고급 재료로 쓰였다. 비자나무 바둑판은 금빛 색상과 은은한 향기, 바둑을 둘 때 반상에서 은은한 종소리가 난다고 해서 최고로 꼽히기에 바둑애호가들에게는 로망이다.

비자 열매는 차나 한약재 형태로 꾸준히 제품화 되고 있다. 특히 피부주름과 탄력개선 효과가 입증이 돼서 화장품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항산화효능이 강해 혈중의 중성지방을 낮춰줘 지질대사를 개선시킨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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