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협 공동 신년기획 '분권개헌 내 삶 바꾼다']④·끝·20년전 시작된 日 지방분권

'헌법기반 개혁' 곳간 채운 지방도시 ' 성장에너지 충전'

경인일보

발행일 2018-01-23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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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침체 중앙집중식 발전 '한계' 분권 대안 떠올라
1995년 추진법 시행 2001년 국가보조금·세제 개편
국가-지방 세입비율 8대 2 → 6대 4 재정 독립성 강화
정부, 지방행정 포괄적 지휘감독 폐지 통큰 권력이양

지역 개성 살린 자립능력 국가 역동성 향상 '공감대'
인구감소 대책도 '마을·일자리·사람 선순환'에 초점

요코하마, 도시재생 '미나토미라이21' 지자체 주도
'주민의견' 최우선 반영 고용창출 도시부흥 이끌어

일본과 우리나라는 산업화에 접어든 시기는 다르지만 사회경제적 구조, 법률 및 행정 체계 등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일본은 여러 면에서 수년 뒤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구감소나 조선업 쇠퇴 등 심각한 우리의 현안 과제들도 일본은 일찍부터 겪고 대응책을 고심해 왔다. 지방자치, 지방분권도 비슷하다. 일본은 수도권 집중화, 인구감소 등의 대책 마련을 위해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헌법을 토대로 한 지방분권 개혁을 시작했다.

법률과 행정체계가 비슷한 일본의 분권 사례는 서양의 사례보다 훨씬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기가 수월하다. 진행 중인 일본의 분권 추진 과정의 성과와 과제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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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시내 곳곳에서 녹지와 시민 휴식 공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한신협 공동취재단

■지방분권 움직임

1947년 일본은 지방자치법이 공포되고 신헌법이 제정되면서 현대적 형태의 지방자치 제도를 갖추게 됐다. 이후 신헌법을 토대로 1995년 지방분권추진법이 시행되면서 1차 지방분권개혁이 시작된다.

지방분권추진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행정을 자주적이고 종합적으로 담당한다고 명시했다. 국방 같이 전국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제외하곤 지역의 일은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만방에 선언한 것이다.

이어 2001년 국가보조금 개편을 통한 세제개혁인 일명 '삼위일체' 개혁이 시작됐다. 2006년엔 지방분권추진법 개정이 이뤄지며 2차 지방분권개혁 시기에 접어 들었다.

법의 개정뿐만 아니라 내각총리대신이 중심이 된 분권추진본부 등이 세워지며, 1차 개혁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했다. 그 결과 지금의 일본 지방분권 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강력하다. 중앙정부의 지침이나 허락 없이 지역 스스로 자치단체의 통폐합을 추진할 수 있고, 지역의원 수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지방경찰도 마약부서를 둘 것인지 여부 등을 중앙 경찰과 별도로 알아서 정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업무를 분산시키는 일명 '기관위임사무'도 폐지됐다. 정부가 지방행정에 대한 포괄적 지휘감독권을 놓았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대형 지역개발 사업에서 중앙정부의 입김이 최소화하는 등 지역으로 권력이 크게 이양됐다. 일련의 분권 개혁은 지방의 개성이 살아난 발전 없이는 국가적 역동성을 살릴 수 없다는 헌법적 공감대가 있어 가능했다.

요코하마시 정책국 관계자는 "헌법을 바탕으로 한 지방분권이 없었다면 창조도시로 불리는 요코하마도 없었을 것"이라며 "중앙집중 행정이 불러온 한계상황을 풀 수 있는 것이 지방분권이다. 지역의 일은 지역 스스로 책임질 때 결과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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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미라이21지구 내 남아있는 조선소 도크의 흔적. /한신협 공동취재단

■선택이 아닌 필수, 지방분권

사실 일본도 지방자치를 '떠밀려서 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1990년대 초반부터 정계, 경제계, 노동계 등 각계에서 지방분권을 강력히 요구했다.

무엇보다 장기경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정부 재정이 나날이 악화됐다. 수도권 집중화 등으로 경제의 탄력성이 떨어졌다. 중앙 집중식 성장의 한계가 드러나 그 타개책으로 지방분권 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지방분권 핵심도 결국 재정 즉 '돈' 문제로 귀결된다. 재원 없이 늘어난 자율권은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사실상 권력이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1년 시작된 삼위일체 개혁은 국고보조부담금 개혁·국가로부터의 세원이양·지방교부세의 재검토를 의미한다. 이 개혁을 통해 일본은 2004~2006년 국고보조금 4조6천661억엔(약 45조300억원)을 삭감하고 지방교부세 총 5조1천억엔(약 49조2천100억원)을 축소하는 대신 3조엔(약 28조9천500억원) 규모의 세원을 지방에 넘겨줬다.

그 결과 국가세입과 지방세입의 비율이 8대 2에서 6대 4 수준이 됐다. 최종적으론 4대 6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우고 여전히 개혁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성 강화로 지방 정부의 중앙 정부 '눈치보기'는 크게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8대 2 수준에 머물러 있고, 문재인 정부의 장기 목표가 현실화한다고 해도 6대 4 수준이다.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삼위일체 개혁에 대한 비판도 있다. 지방 세수의 비중은 늘었지만,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다 보니 실질적인 세수 증가는 미진하다. 오히려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고, 중앙정부의 재정 위기를 지역에 넘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부산대 강재호(행정학과) 교수는 "지역분권 개헌이 현실화하려면 지역에서도 효율성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국세와 지방세 비중 조정은 매우 필요하기 때문에 요코하마의 녹지세처럼 필요하다면 지역단체장이 증세를 할 수 있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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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두번째로 높은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지구 풍경. 지역이 자율성을 갖고 추진한 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요코하마는 성장하는 도시의 발판을 만들었다. /한신협 공동취재단

■인구절벽 문제, 지방분권이 되어야 가능

2014년 6월 일본 내각부 산하의 지방분권개혁 유식자회의에서 정리한 '개성을 살린 자립한 지방을 만든다'는 보고서엔 "일본 총인구의 지속적인 감소가 예견되는 가운데,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다양화하고 증대하는 행정 수요에 대응해서, 지방이 더욱 건강해질 것이 요구되고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지방분권 실현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인구절벽의 대안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중앙행정의 집중력은 국가경쟁력 저하를 유발하고 결국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젊은층이 수도권에 집중하면 세대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전반적인 삶의 질은 저하된다. 팍팍해진 삶은 결혼 및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반면 노년층의 비중이 늘어난 지방은 이들에 대한 복지 부담이 증가되고, 노년 세대 문제는 더욱 악화한다. 일본은 인구감소 대응을 위해 2015년 지역 일자리와 사람의 선순환 확립, 지역 활성화를 위한 '마을·사람·일자리 창생 장기 비전 및 종합전략'을 수립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역의 자치단체와 주민이 주역이 돼 지역자원을 활용한 일자리·인구 증가 지역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다. 도쿄로의 인구유입을 막는 방안도 지역 차원에서 세운다.

마을·사람·일자리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 '로컬 아베노믹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방분권을 진행 중인 일본이 아직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지 못한 것처럼, 인구감소 문제도 시급하지만 해결이 극히 어려운 국가 현안이다.

더욱이 '창생 장기 비전 및 종합전략'은 2060년을 목표로 장기비전이 세워지는 만큼 아직 그 결실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역 발전이 없으면 인구 문제가 해소될 수 없으므로 지방분권을 위한 법적 제도적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엔 일본 내 의견 일치가 이미 이뤄진 상황이다.

■지역 스스로 이뤄낸 부흥, 요코하마

요코하마의 성장은 '미나토미라이21'이라는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이 비결이다. 그리고 이 사업은 지방분권을 뒷받침하는 헌법이 원동력이 돼 가능했다.

요코하마의 심장인 '미나토미라이21' 지구에 들어서면 도시적 세련미에 감탄하게 된다. 일본 두 번째 초고층 빌딩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296m)'를 비롯해 수십층의 고층빌딩들이 조화롭게 해안 도심을 채우고 있다.

비즈니스 타워부터 호텔, 쇼핑몰, 공연장은 물론 '코스모월드'라는 대형 놀이동산까지 들어서 있다. 여기에 곳곳이 녹지다. 건물 간격이 넓고, 곳곳에 공원과 쉼터가 있다.

이곳은 원래 조선소가 있던 공업단지였다. 일본 조선업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감지되던 1983년 미쓰비시 조선소를 옮기는 데 정부와 지역사회의 합의가 이뤄져 본격적인 재생사업이 시작됐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우선시해 난개발을 피하고 지속가능성이 보장된 도심을 만들겠다는 게 사업의 핵심이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현재 입주기업은 1천780여 개에 달하고 고용인원도 10만명을 훌쩍 넘는다. 2010년보다 입주기업은 400개가량, 고용인원 3만명가량 늘어났다.

미나토미라이21의 성공비결은 '조화로운 개발'과 이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온 '지속성'이다. 지역사회가 사업의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 정부안은 쇠퇴하는 공업지역을 빌딩 숲으로 대체하는 것이었고, 지역 사회는 반대했다. 그 덕에 철저히 지역사회 중심으로 도심재생이 진행됐다.

미나토미라이21은 국책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요코하마시 그리고 토지소유자·지역 기업 등 민간 차원에서 출자한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주)'와 함께 중앙정부도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사업 관리 및 조정 업무를 비롯 기반시설 건설까지 큰 틀을 철저히 시가 맡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공공청사 건설 같은 것에 머물러 있다. 운영자금도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지역 민간사업자들이 내는 운영비, 자체 수익사업으로 각각 3분의 1씩 충당된다. 전적으로 지역사회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지역내 주체성과 책임감이 생기고, 이상적인 도시재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한신협 공동취재단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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