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음악플랫폼에 음악이 없다니…

임성훈

발행일 2018-01-2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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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음악플랫폼, 준비 안된채 시 요구로 개관
지방선거 앞두고 치적 과시용 전락해선 안돼
진정 플랫폼다운 기능 발휘하는 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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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플랫폼(platform).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다. 부끄럽게도 20여년 전 대우자동차 사태를 취재하기 전까지 기자는 플랫폼에 대해 기차역의 승강장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골격'이라는 특화된 의미를 몰랐기에 '플랫폼을 공유해야 한다'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처음에 생소하기만 했다. 그런데 플랫폼은 기차역이나 자동차산업에서만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었다.

요즘에는 플랫폼이 컴퓨터나 IT 또는 경제용어로 고착화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컴퓨터와 관련해서는 응용 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는 기초를 이루는 시스템을 플랫폼이라 말하고 인터넷에서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네트워크상에서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출연하더니 이를 기반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활동을 말하는 '플랫폼 경제'라는 용어도 상용화된 지 오래다.

이처럼 많은 분야에서 플랫폼이란 용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그 응용의 폭이 본래의 뜻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기차역의 승강장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가운데 새로운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치가 창출되는 유무형의 기반 또는 공간이 있다면 이를 플랫폼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을 듯싶다.

얼마 전 인천에 또 하나 새로운 분야의 플랫폼이 생겼다.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옛 동인천등기소 건물에 둥지를 튼 '인천음악플랫폼'이다. 플랫폼이라는 시사성 강한 용어 때문인지는 몰라도 문을 열기 전부터 눈길이 갔다. 음악플랫폼이라는 명칭에서는 뭔가 아우라가 풍기는 듯했다. 그만큼 시민(수요자)과 음악인(공급자)을 연결함으로써 시민들의 문화자생력을 키우는 데 '기본 골격'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시아 음악도시 중심'이라는, 인천시가 제시하는 인천음악플랫폼의 비전도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개관 다음날 정작 음악플랫폼을 둘러보니 딴판이다. 인천음악자료관에는 의자와 탁자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제막식 당일 전시회를 했다는 음악홀의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아시아음악정보센터는 그냥 사무실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특히 아쉬운 것은 음악플랫폼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고사하고 음악과 관련한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심지어 어디에 숨어있는지 '인천음악플랫폼'이란 간판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쥬라기공원'을 보러 갔는데 '아기공룡 둘리'를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것도 공룡 대신 도마뱀이 나오는….

무엇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을 연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러한 준비부족을 인정하기에 개관 행사에 동상이나 기념비 등에 주로 쓰는 '제막식'이라는 애매한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실제로 '준비가 부족해 6월 즈음 개관하려 했지만, 인천시의 요구로 제막식을 열게 됐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여러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물론 음악대학 하나 없는 인천에서 음악플랫폼이 생겼다는 것은 더없이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기에 음악플랫폼은 치적과시용이나 전시행정의 산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인천음악플랫폼이 진정 플랫폼다운 기능을 발휘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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