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
박정현이 부른 '믿어요'(작사:강은경 작곡:박정현) 노랫말에는 무신불립의 예가 선명히 드러난다. 곡명 '믿어요' 가사의 화자와 그 상대방은 과거 연인 관계였다. 현재 두 사람은 헤어진 상태이다. 화자는 그리운 마음으로 연인과 재결합 의지를 보인다. 이런 와중에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식상할 수도 있는 '그 흔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왜 바보처럼' 사는 지 의아해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떠난 님의 귀환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즉 사랑에 대한 절대 믿음과 떠나버린 님에 대한 무한 신뢰는 거의 운명적 신념에 가깝다. 이는 화자로 하여금 '돌아올 그댈' 위해 자신의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한다: '믿어요 난 돌아올 그댈/믿어요 난 사랑을'.
훌쩍 떠난 님의 회귀 여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구 저 반대편 끝에서라도 '언젠가는 꼭 반드시 만나죠'라는 굳건한 믿음은 화자만의 존재 이유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화자는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남엔 헤어짐이 따름) 거자필반(去者必返/헤어짐엔 다시 만남이 뒤따름)의 윤회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듯싶다. 섭식하려는 음식을 믿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진실을 믿으면 현실이 바뀌고 사랑의 맛과 멋과 흥에 취할 수 있다. 화자에게는 '꿈꾸는 사람에게만 비로소 꿈은 이뤄진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다. 이러한 전폭적인 신뢰가 있기에 제대로 설 수 있고 사랑을 성취할 수 있다.
소나기가 부른 '믿어요'(작사:신익수 작곡:김영재) 노랫말에도 무신불립의 전형적인 예가 여실히 나타난다. 곡명 '믿어요' 가사 도입부에 나오는 '그대여 내 손을 잡아요' 그리고 '날 믿어요'는 연인에 대한 전폭적인 사랑의 맹세이다. 누군가와 함께 손을 잡는다는 것은 동행을 뜻한다. 지향하는 목표가 동일하고 오랫동안 길을 같이 걷는 것이다. 이러한 따뜻한 동행 서약에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의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 믿음이 무너지면 펑크난 자동차 바퀴처럼 연인 간 축적된 애정은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로 믿음을 쌓아 가면 마음속에 있는 '작은 꿈'이 커져간다. 더 나아가 험난한 세상살이에 다친 '아픈 상처 모두가' 아물 수 있다. 그래서 화자는 확신에 찬 어조로 '난 믿어요/우리 함께라면/사랑의 빛이 되어 밝혀줄게요'라고 말하고 있다. 사랑의 공든 탑은 차곡 차곡 쌓아 올린 믿음의 주춧돌로 인해 완성된다. 연인 사이에 신뢰를 토대로 견고하게 구축한 '하나의 사랑' 금자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따라서 믿음에 기초한 사랑하는 '그대만 있어준다면/그 어떤 시련이 와도/'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 화자는 이와 같은 서약을 자신의 연인에게 달콤하게 속삭인다.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신뢰이다. 누구든지 믿음이 깨지면 상호 관계에 금이 가고 제대로 일어설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무신불립은 변하지 않는 금언이자 진리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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