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불투명한 영원

권성훈

발행일 2018-01-2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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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펜으로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손목 위쪽은 닫히지 않는다/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우리는 수수께끼 앞에 서 있다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불붙은 커튼/하늘은 주먹으로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울퉁불퉁하고/나무들은 게으르게 흔들린다//흔들리지 않는 슬픔

물속에 손을 넣으려고 하면//손을 잡기 위해 떠오르는 손이 하나 보인다/시계에 물이 찼다//기도가 끝났다

신철규(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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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대상은 말해지는 지시 기호 사이의 연관성을 통해 그 의미가 확산된다. 실제 하지 않거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영원의 언어'는 그것을 지시하는 상징어로 편재되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손바닥을 종이에 대고 펜으로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고 할 때 손바닥은 영원이 기거하는 대상의 공간이며, 종이와 펜은 그것을 지시하는 기호로서 '손목 위쪽' 어딘가에 있을, '영원의 윤곽'을 감각적으로 투사시킨다. '바닥에 찍힌 십자가 그림자' '해변으로 밀려오는 손목들' '불붙은 커튼' 등이 상징하는 것 역시 가시성으로 영원이 연원하는 불가시성을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흔들리는 나무'와 '물속에 손' 그리고 '시계에 물'과 '기도' 등은 대상 자체를 형상하는 것 보다 대용적인 것으로써 형이상학적인 '비대상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닐 수 없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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