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려주는 인천이야기

[바다가 들려주는 인천이야기·4]인천 신항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

인천항 내려다보는 작은방… 그 역사의 '시작과 끝' 쌓다



45m 상공 한 평 남짓 조종실, 선박-야드 트랙터 쉴새 없이 컨 날라
300만TEU시대 연 김세중 기사 "쉬워보이지만 섬세한 작업 고된 일"
'국내 1호 컨 전용부두 인천항' 신항 STS 크레인 등 보면 격세지감
세계 항만들과 컨 처리·속도 경쟁, 올해 '330만TEU 달성' 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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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과 수출입 동향 등의 소식을 전하는 TV 경제 뉴스를 볼 때마다 화면을 통해 반드시 만나야만 하는 영상이 있다.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컨테이너가 빼곡히 쌓여있는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과 거대한 크레인이 긴 팔을 바다로 뻗어 배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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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SNCT). 45m 높이의 컨테이너 크레인(Container Crane) 조종석에서 김세중 크레인 기사가 투명한 유리로 돼 있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신중하게 크레인을 조종, 선박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마치 하나의 상징처럼 이러한 이미지가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수출과 수입이 이뤄지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컨테이너 터미널이 그만큼 중요하고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1월 12일 오후 찾아간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은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등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수출입 전초기지인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계는 우리가 흔히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 또는 컨테이너 크레인(Container Crane)으로 부르는 STS(Ship To Shore) 크레인이다.

컨테이너 터미널은 크레인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설계·배치되어 있다.

컨테이너 크레인을 조종하는 기사야말로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인력이다. 수출입 항만 물류의 시작과 끝이 바로 이 컨테이너 크레인 기사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크레인 기사로 일하는 SNCT 김세중(42) STS 반장을 이날 만났다. 김 기사는 지난해 인천항의 300만 번째 컨테이너를 하역한 사람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난해 인천항의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처음으로 30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넘었다.

김 기사는 1천700TEU급 컨테이너 화물선 'NordClaire'호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자 부품 등 원·부자재를 주로 실은 이 배는 컨테이너 239개를 내린 뒤, 215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출항할 예정이었다.

김 기사는 45m 높이의 크레인 조종실에서 크레인을 조작한다. 조종석 바닥은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크레인 아래에 있는 컨테이너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크레인은 배 위에 있는 컨테이너를 집어 올려 부두에 대기하고 있는 트럭 모양의 '야드 트랙터'에 올려놓는다. 야드 트랙터는 이 컨테이너를 터미널 안쪽의 넓은 곳으로 옮긴다.

컨테이너를 배에 싣는 작업은 반대의 순서로 진행된다. 야드 트랙터가 부두 근처로 컨테이너를 싣고 오면 컨테이너 크레인이 집어 배 위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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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크레인을 이용해 하역되는 컨테이너가 운반차량에 실리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김 기사는 크레인을 능숙하게 조종해 배 위에 있는 컨테이너를 야드 트랙터 위에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히 내려놓았다. 그는 SNCT 소속 기사 중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사로 인정받는데, 그는 한 시간에 63개의 컨테이너를 내린 적도 있다고 했다.

능숙함 때문에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형 뽑기'보다 조작이 쉬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대형 크레인을 움직인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는 "고공 크레인 작업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고된 작업이면서 동시에 섬세함까지 요구된다"며 "2시간 이상 작업하는 것이 금지돼 있을 정도"라고 했다.

컨테이너를 옮기려면, 고공에 매달린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크레인의 긴 팔(붐)을 따라 앞뒤로 10~40m씩 움직이기를 수백 차례 반복해야 한다. 몸은 매번 녹초가 된다.

하역 작업을 진행하면 무게가 달라져 화물선의 높이가 변하는 것은 물론 선수(배 앞부분)와 선미(배 뒷부분)의 높이가 달라 경사가 생기는데, 이를 잘 파악해 크레인을 조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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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컨테이너가 빼곡히 쌓여있는 인천 신항 선광컨테이너터미널.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베테랑인 그도 긴장하는 순간이 있다. 컨테이너 화물선 갑판의 해치(덮개)를 옮기는 작업이다. 김 기사는 "해치를 옮길 때는 선박의 구조물을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작업해야 한다"며 "작업 과정에서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위험 요소를 제거한 뒤 작업을 재개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된다"고 했다.

컨테이너를 빨리 싣고 내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작은 사고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지금 각국 항만은 컨테이너를 빨리 싣고 내리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라는 철제 상자가 항만 물류에 상용화된 것은 불과 6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현대화된 컨테이너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의 운송업자 말콤 맥린(Malcom McLean)이다.

마크 레빈슨(Marc Levinson)이 쓴 'THE BOX'라는 책을 보면 1956년 4월26일 유조선을 개조한 '아이디얼X호'라는 배가 알루미늄으로 만든 35피트(약 10m) 길이의 상자 58개를 미국 뉴저지에서 휴스턴으로 5일 만에 운반한 것이 컨테이너 운송의 시작이다.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이 컨테이너를 '세계 경제사를 바꾼 대혁신적 발명품'이라고 불렀고, 포브스는 컨테이너를 실제 화물 운송에 이용한 말콤 맥린을 '20세기 후반 세계를 바꾼 인물 15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했다.

인천항은 대한민국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부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 관련 역사가 깊다.

세계 항만 하역의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컨테이너 하역 장비 등이 부두에 설치·운영됐다. 일반 잡화의 컨테이너화로, 컨테이너 운송 구조도 '문전에서 문전까지'(door to door)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도 현대화된 하역 장비를 갖춘 컨테이너 전용부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시대적 추세에 맞춰 계획적으로 축조된 것이 인천항 내항 4부두 컨테이너 전용부두다. 이 부두는 1974년 5월10일 인천항 선거와 함께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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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 즐비하게 서 있는 컨테이너 크레인들이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 작업을 쉴새 없이반복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2008년 인천항만공사가 펴낸 '인천항사'를 보면 4부두의 시설과 하역 능력은 5만t급 1선석을 포함해 5척의 선박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규모다. 컨테이너 크레인 3기(30t)가 설치됐으며, 27만 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인천항 갑문과 4부두 컨테이너 전용부두 준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도 참석했다.

해운항만청이 1986년 발행한 '항만편람'에는 1969년 인천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개수가 2천437개로, 부산항의 944개를 크게 앞섰다는 통계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 공인 최초 도선사인 배순태(1925~2017) 전 (주)흥해 회장의 자서전 '난 지금도 북극항해를 꿈꾼다'에도 인천의 컨테이너 부두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천항 갑문이 준공식을 한 달여 남짓 남겨두고 있을 무렵의 이야기이다.

'준공 전 시험운전의 대상으로 한진 부두에 설치될 컨테이너 갠트리 크레인을 선적한 중량물 운송선 여수호의 선거 내 입항이 결정됐다. (중략) 당시 책임자였던 부청장인 김준경 씨는 만사 제쳐 놓고 매일 나를 찾아와 도선을 맡아달라고 졸라 대기 시작했다.

(중략) 여수호가 최초로 갑문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었다. 1974년 3월27일 내가 올라탄 여수호의 브리지에는 밝은 햇살이 비쳤다.'

지금과 같이 대형 STS 크레인을 갖춘 컨테이너 터미널이 조성되기 전에는 앵글 크레인(이동식 육상 크레인)에 와이어를 걸어 작업했다. STS 크레인과 앵글 크레인은 생산성 부문에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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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석에서 잠시 휴식하고 있는 김세중 크레인 기사.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1970년대 후반부터 인천항에서 크레인 기사로 일한 SNCT 김갑태(59) 기사는 "앵글 크레인은 지상 인력도 4~6명이 필요해 지금 현대화된 STS 크레인과 비교하면 작업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며 "인천항 신항의 STS 크레인을 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인천 신항에서는 선광과 한진이 각각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컨테이너 크레인은 총 14대가 설치돼 있는데, 1대 가격이 10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 컨테이너 크레인의 90%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항이 처리한 컨테이너는 304만8천516TEU로, 올해 컨테이너 처리 목표는 330만TEU다.

김세중 기사는 "컨테이너 크레인 안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도 했다. 그만큼 추억이 많다"며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했다는 뉴스나 언론 보도가 내 소식처럼 반가웠다"고 했다.

이어 "아내와 세 자녀도 아버지가 수출입 현장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며 "컨테이너 처리량이 400만, 500만을 넘어설 때까지 인천항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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