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솔피 노래(海狼行)

김선회

발행일 2018-02-02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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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 정약용은 1818년 8월, 18년 동안의 귀양살이를 끝내고 고향인 마재 마을(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로 돌아왔다. 그의 나이 57세 때였다. 그러니까 2018년은 다산이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온지 꼭 2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는 평소 정조(正祖) 임금을 성인으로 여기며, 그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것에 대해 감사해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의 죽음은 그에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조가 죽은 지 1년 뒤 겨우 목숨을 건져 경상도 장기(포항)로 유배를 갔을 때 다산은 '해랑행(海狼行)'이라는 시를 지었다. 해랑(海狼)은 '살인고래'라고 불리는 '범고래'를 지칭하는 말인데, 옛날에는 '솔피(率皮)'라고도 불렸다. 그래서 해랑행은 '솔피 노래'로 더욱 잘 알려져 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솔피란 놈 이리 몸통에 수달 가죽, 가는 곳마다 열 마리 백 마리 무리지어 다니는데 /물속 날쌔기가 나는 듯 빠르기에 갑자기 덮쳐오면 고기들 알지 못해 / 큰 고래 한입에 천석 고기 삼키니 한번 지나가면 고기 자취 하나 없어/ 솔피 먹이 없어지자 큰 고래 원망하여 큰 고래 죽이려고 온갖 꾀를 짜내었네/ 한 떼는 고래 머리 들이대고, 한 떼는 고래 뒤를 에워싸고, 한 떼는 고래 왼편 노리고, 한 떼는 고래 오른편 공격하고, 한 떼는 물에 잠겨 고래 배를 올려치고, 한 떼는 뛰어올라 고래 등을 올라탔네/ 상하 사방 일제히 고함지르며 살가죽 찢고 깨물고 얼마나 잔혹한가/ 고래 우뢰처럼 울부짖으며 물을 내뿜어 바다 물결 들끓고, 푸른 하늘 무지개 일더니 무지개 사라지고 파도 차츰 가라앉아/ 아아! 슬프도다 고래 죽고 말았구나. 혼자서는 무리의 힘 당해낼 수 없어라 약삭빠른 조무래기 드디어 큰 재앙 해치웠네/ 너희들 피투성이 싸움 어찌 여기까지 이르렀나. 본뜻은 기껏해야 먹이싸움 아니더냐/ 큰 바다 끝없이 넓기만 하여 지느러미 날리고 꼬리 흔들며 서로 좋게 살 수 있으련만 너희들은 어찌 그리 못하느냐.'

결국 다산은 이 시를 통해 당시 권력의 암투 속에서 정조가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상황을 풍자한다. 이를 음미해보면 200년 전 상황이나 요즘 상황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김선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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