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블록체인기술과 문화지형의 변화

김창수

발행일 2018-02-07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디지털 콘텐츠 유통혁신 예고 제도 필요
자유로운 거래 공동체 활성화 잠재력도
정보 공유·분산 '민주주의 새모델' 유추


김창수-인천발전연구위원2
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암호화폐 앞에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거래소 폐지를 공언했던 법무부 장관은 국민들의 항의가 폭주하자 거래 실명제 도입으로 물러섰다. 역기능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유시민 작가도 암호화폐를 두고서는 사회적 기능은 없고 대중을 현혹하는 악으로 '단죄'하기에 급급하다. 암호화폐란 컴퓨터가 연결된 네트워크가 거래내역을 보증하는 온라인상의 가치 교환행위를 말한다. 화폐를 관리하는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실물이 없다는 점에서는 전통적 화폐와는 다르지만 '거래와 지불'을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화폐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현재 거래중인 1천여종의 암호화폐가 있으며, 시가총액은 570조원에 달한다. 10년내 블록체인 플랫폼이 세계 GDP의 1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실체없는 신기루'라고 비난하나 버블논란과 무관하게 '실체'이며 대세임을 입증한 것이다. 월마트는 블록체인 기술에 사물인터넷을 결합하여 중국 업체들이 납품하는 돼지고기의 사육과정과 육질, 유통경로와 위생상태를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 무역거래에서 수출입의 전과정을 하나의 체인으로 연결하여 실시간 확인 가능한 선박물류시스템의 블록체인화를 추진하는 나라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문화콘텐츠 시장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닥(Kodak)사가 개발 완료한 사진 거래용 암호화폐 '코닥코인'과 블록체인 기반의 사진 거래 플랫폼인 '코닥원'이 대표적이다. 사진가가 코닥원에 사진을 등록하여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사진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자동으로 받는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다른 콘텐츠에도 적용될 수 있다. 콘텐츠 저작권 저작물을 등록하면 저작권 정보가 입력된 블록이 형성된다. 등록된 저작물을 소비자가 내려받으면 원작자에게 저작권료가 자동으로 지급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에서 콘텐츠 거래는 극도로 단순화된다. 소비자들은 수수료 없이 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으며, 저작자들은 높은 가격으로 대량 판매가 가능하다. 사진이나 영상, 음반 등 디지털 콘텐츠 유통 혁신을 예고하고 있어 제도적 대비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역과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중개자나 관리자 없이도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암호화폐 거래망을 구축하게 되면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지역주민의 기부나 봉사활동 결과를 지역 암호화폐시스템에 입력해두면 나중에 전통시장이나 지역 가맹점, 문화공연장 등에서 환산한 액수만큼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지역 암호화폐 '노원(NW)'을 발행한 서울시 노원구의 창조적 실험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보안(security)은 역설적이다. 전통적 보안은 정보를 한곳으로 모으고 타인들의 접근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에서는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분산될수록 보안성도 강화된다. 정보의 공유와 분산으로 더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에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유추할 수 있다. 정보 독점과 집중으로 비대해진 권력의 폐단을 분산과 개방의 원리로 극복할 가능성 말이다.

/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김창수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