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명절증후군]누구에겐 '스트레스'… 슬기로운 설생활 대처법은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아… 가도가도 먼길, 돌아서면 집안일, 매일매일 잔소리 피하려면…

배재흥 기자

발행일 2018-02-1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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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인 설이 다가오지만 모두에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남편, 며느리, 혼기 늦은 아들딸에게는 육체적·정서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며,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총칭해 '명절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명절증후군을 자칫 가볍게 여기다간 만성질환이 되기 십상이다. 명절 때 빈번히 발생하는 명절증후군의 증상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주부들의 적, '손목 터널증후군'


올해로 결혼 5년차인 주부 이모(32)씨는 설을 앞두고 벌써부터 손목이 시큰거린다.

이씨는 "명절 때는 주로 삼시세끼를 집 안에서 챙겨 먹다보니 음식도 부담이지만, 설거지 양도 만만치 않다"며 "명절이 끝나면 손목통증이 후유증처럼 깊게 남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사례처럼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부위의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해 손목에 있는 터널이 좁아지면서 통증, 저림, 감각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 통증을 느꼈을 때 휴식을 취하는 등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명절 가사노동에 노출된 대다수의 주부들 특성상 홀로 휴식을 취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손바닥 꺾기, 주먹 쥐고 돌리기, 손목 바깥쪽·아래쪽 늘이기, 손가락 늘이기 등의 스트레칭을 노동 중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 명절이 끝난 뒤에도 손목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치료를 꼭 해야 한다.

통증을 무리하게 참으면 운동기능의 장애가 나타나 손 사용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깨통증도 주의해야 한다. 반복되는 가사노동으로 인해 팔은 물론 어깨에 무리가 가중되며 어깨통증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상이나 무거운 물건 등을 들 때에는 무릎을 굽혀 들고 일어나고, 틈틈이 자세를 바꿔가며 가사노동을 할 필요가 있다.

명절이 지나도 계속 어깨통증에 시달린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치부하지 말고 '석회성건염'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석회성건염은 어깨 힘줄에 석회성 물질이 생기는 어깨질환으로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악화가 될 수 있으니 빠른 병원치료가 중요하다.

 

■고단한 삼시세끼 사람 잡는 운전대

손목·어깨 이상신호에 목·척추 피로
적당한 휴식 '예방약' 스트레칭 병행


# 장거리 운전 '목·척추 피로' 증후군

지난해 말 결혼해 아내와 함께하는 첫 명절을 앞두고 있는 백모(27)씨는 명절 동안 운전해야 할 거리를 계산하고 경악했다. 현재 거주 중인 연천에서 대구 세종을 거쳐 다시 연천으로 돌아온다고 가정했을 때 운전해야 할 거리만 1천㎞가 넘기 때문이다.

백씨는 "목(경추) 부위가 좋지 않아 장시간 운전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좁은 차 안에서 장시간 운전을 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은 경추·척추 질환이다. 허리가 구부러진 상태로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척추에 부담이 생긴다. 거북목 형태로 장시간 운전을 하면 경추에 무리가 생겨 통증이 발생한다.

운전 시 온몸이 뻐근하거나 목, 어깨, 허리 등에 통증이 계속된다면 척추·경추피로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해당 부위는 '디스크'로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목과 허리 부위의 통증을 완화하고,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불편해도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운전을 해야 한다. 허리는 곧게 펴고, 목을 지나치게 앞으로 빼 거북목 자세로 운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운전 중 최소 2시간 마다 한 번씩은 휴식을 취하며 목·허리·다리 등 부위의 스트레칭도 필요하다.

특히 연휴 기간 쌓인 목과 허리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연휴가 끝난 뒤 일주일 동안은 마사지를 받거나, 반신욕 등을 통해 경직된 몸을 풀어주면 통증 완화와 디스크 예방에 효과가 있다.

■"니들 가고나면…" 허탈한 부모들

빈둥지증후군 우울증 이어질 수도
규칙적 활동 필요 가족 안부전화를

# 부모 '허탈감', 안부전화는 필수

2명의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김모(61·여)씨는 중년여성이 허무함과 상실감을 느끼는 '빈둥지 증후군'을 앓고 있다.

설을 앞두고 집이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찰 것을 생각하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 뒤가 걱정이다. 김씨는 "아이들을 볼 생각에 행복하기도 하지만, 명절이 지나고 아이들이 모두 올라가면 또 혼자가 될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국회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우울증(F32-F33) 환자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6년 우울증 진료 환자 수는 총 64만1천987명이다.

전체 우울증 환자 중 60대는 18.4%(11만7천992명), 70대는 17.1%(10만9천427명), 80대 이상은 7.6%(4만8천760명)로 약 43%가 60대 이상 고령 환자였다.

우울증에 취약한 고령자들은 명절 뒤 상실감과 함께 찾아오는 명절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 명절에 사람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면서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면 환경변화에 민감한 노인들은 허탈함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자칫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지속적인 우울감, 식욕저하,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노인의 경우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는 가성치매 증상도 보이곤 한다.

따라서 명절이 끝나고도 무력감이 몇 주간 지속 된다면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필요하다면 치료도 받아야 한다.

명절 뒤 찾아오는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집에 남겨진 부모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산책 등 야외활동을 일정 시간 이상 하는 게 좋다. 또한, 주변 가족들은 안부전화를 통해 부모들이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게끔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만히 있어도 눈총받는 백수·솔로

혼자만의 시간 가져 쌓인 화 풀어야
"소통 부재 원인 서로 배려와 양보를"

# '취업', '결혼' 얘기는 그만


광고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윤모(30·여)씨는 이번 설만큼은 고향을 찾지 않기로 했다. 지난 추석에도 귀가 닳듯이 들었던 결혼 얘기를 이번 명절에도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명절이면서 동시에 연휴인데, 간만에 찾아온 연휴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보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결혼이나 취업을 하지 않은 청년들은 명절 때 듣는 결혼, 취업 등에 대한 덕담이 오히려 잔소리를 넘어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추석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업준비생 1천19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언제 취업할거니(73.6%·복수응답)"였다.

가뜩이나 결혼과 취업 등에 극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청년들은 기름 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명절기간 동안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서 소화불량, 설사, 두통 등의 명절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이때 청년들은 짧게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복식호흡, 스트레칭 등을 통해 화를 누그러트리고 자신의 몸을 이완시키는 게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변의 배려다.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결혼, 취업 등 민감하게 느끼는 사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게 청년들이 명절증후군을 피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 명절증후군은 가족 간 배려와 소통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강현 부부행복연구원 원장은 "명절증후군이라는 것도 결국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고부·부부·친척 간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과거의 계급 속에 갇혀 고통분담을 하지 않는다면 명절증후군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며 "서로를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한다면 스트레스가 줄고, 이번 명절에는 찜질방으로 도피하거나 명절 뒤 상담소와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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