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뿌리와 뿔

권성훈

발행일 2018-02-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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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서 멀어지면 단단한 뿔이 된다

애초에 하나였으나 이제는 둘이다

뼈 없이

살 뚫고나와

뼈가 되어 박힌다



뿌리에 가까워져도 단단한 뿔이 된다

안으로 뻗어가며 마음을 들이박는다

뿌리는

뿔처럼 뻗었으나

뒤늦게 찔린 거다

김남규(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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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물의 높은 곳에 달린 뿔은 자신의 몸을 뚫고 나와야 비로소 뿔이 된다. 뿔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먼저 찌른 다음 세계를 향해 그것을 들 수 있다. 뿌리에서 나온 뿔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체가 뿌리로서 존재하지만 뿔이면서 뿌리가 아니다.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에서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Abraxas) 다." 이 뿔은 근원적으로 인간 욕망의 뿌리를 형상화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실재하는 화신이 아닐까. 또한 "뿌리에서 멀어지면 단단한 뿔이" 뿌리를 닮아 있는 것은 이 둘이 '애초에 하나'였음을 증명해 주기도 한다. '뼈 없이 살 뚫고나온 뼈'가 욕망에의 "단단한 뿔이" 되기 위해서 안으로 깊숙이 뿌리내리면서 자기를 파괴해야 세계 더 높게 뻗어나갈 수 있는 것 같이.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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