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참 오랫동안 기다린 봄

박상일

발행일 2018-02-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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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김여정 만남 전 세계가 깜짝
한반도 전쟁위기 끔찍한 상황보다 좋아
평화의 싹 트는 봄바람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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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봄이 오려나 보다. 그렇게 지독한 추위가 이어지더니 어느덧 봄 기운이 느껴진다. 제대로 봄이 오려면 아직도 몇 번은 찬 바람을 견뎌야 하겠지만, 지난달부터 내내 이어졌던 것같은 매서운 동장군은 이제 거의 물러가지 않았나 싶다. 벌써 몇몇 곳에서는 봄 소식이나 다름없는 '고로쇠 축제' 준비를 한다고 하니 봄이 코 앞인 것은 틀림이 없다.

누가 그랬을까. 혹독한 겨울이 있기에 봄이 더 반갑다고. 아마도 추운 겨울만 이어지거나, 더운 여름만 이어지거나, 혹은 살기 좋다는 봄이나 가을 날씨라도 1년 내내 이어진다면 무언가를 기다리는 재미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연중 춥거나 연중 더운 지역에 사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니 맞는 말이겠다. 어쨌든 그렇게 혹한을 지내고 맞는 봄은 더 반갑고도 반갑다.

지독한 추위 뒤에 오는 봄은 신기할 만큼 때를 딱 맞춰 남북관계에도 찾아왔다. 당장이라도 미사일이 날아가고 전쟁이 날 것처럼 찬바람이 몰아치더니, 갑자기 훅 하고 훈풍이 불어왔다. 급기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는 깜짝 놀랄 소식까지 전해졌다. 앞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인천공항에 비행기를 내려 입국하는 모습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너무도 갑자기 찾아온 봄 바람이어서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봄이 찾아오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때가 돼서 봄이 온 것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지난 시간 동안 북한과 차곡차곡 쌓아놓은 과정이 있었기에 이처럼 봄이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 북한의 전략적인 계산과 국제 정세가 더해졌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이번 훈풍이 그냥 찾아온 게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남쪽을 찾아온 북한 응원단 단장이 '제2의 6·15시대 여는 첫걸음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도 그렇다. 그들의 기억 속에는 6·15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다. 지난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쌓아놓은 믿음과 기대가 여전히 살아서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올림픽 개막식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이나 나란히 앉아 여자 아이스하키를 응원하는 모습, 청와대에서 만나 활짝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 등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한쪽에서는 지금 상황을 '봄' 이라고 하는 것에 불만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 '속지 말라'고, 아니면 '끌려가지 말라고' 충고를 하는 이들도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었다는 불만은 이미 많이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저런 것들을 다 놓고 따져도, '한반도의 봄'은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높아지고 그 때문에 미국과 중국·일본까지 뒤죽박죽으로 얽혀 충돌하는 끔찍한 상황보다는 평화의 봄 바람이 부는 것이 훨씬 더 좋다. 작년 내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미국·중국과의 사드 갈등과 중국의 '사드 보복'이 줄줄이 이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엄청난 후유증까지 빚어졌던 일은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어쨌든 봄이다. 모처럼 맞는 따뜻한 봄이다. 날씨도 하루 이틀 반짝 추웠다가 다시 풀린다고 한다. 얼어붙은 땅 속에서 기나긴 겨울을 지난 생명들이 봄을 앞두고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할 것이다. 따뜻해진 햇볕을 받으며 나무마다 새순이 돋아나듯, 한반도에도 평화의 싹이 움터 올랐으면 좋겠다. 그래, 너무 오랫동안 추웠다. 이제는 봄이 올 때도 됐다.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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