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월요논단]맏형으로서 남한의 역할

축제보다 평화 강조 '평창올림픽'
남북 교류·협력·북미대화 성사땐
한반도 위기 해소 될 수 있어
이산가족 상봉·개성공단 등
과제 실마리 찾을 수 있다는 뜻
'북, 공존번영 길' 찾도록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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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형부모(長兄父母). 큰형의 지위는 부모와 같다. 맏형이 부모처럼 집안과 아랫사람을 돌보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형만 한 아우 없고, 아비를 넘을 수 있는 자식 없다'는 말에 담긴 뜻도 비슷하다. 하지만 유교적 유산이라는 비판을 넘어 요즘 시대에도 맞는가. 맏형이 과거처럼 가족의 서열순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국가를 맏형으로 보는 것이 현실이라면. 지금도 타당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맏형들이 대거 등장한 곳이 평창이다. 하지만 무례하다든가, 굴욕적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넘쳐난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북한 김영남 위원장은 서로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상호무관심이라는 외교적 표현을 쓰면서까지. 아베 총리는 말 그대로 염장을 지르고 있다. 잔치 집에서 소금뿌리는 행태다. 러시아는 도핑파문으로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했다.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폐막식에도 오지 않을 모양새다.



그러나 예외 없이 혈맹을 강조하는 성조기와 동포를 강조하는 한반도기가 평창에서 펄럭이고 있다.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다소 과장해보면 중국과 북한, 미국과 한국 관계는 형제로 볼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 미국과 중국이 맏형이라면 북한과 한국은 동생쯤 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은 남북한이라는 이복형제를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 간의 갈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힘과 이익만이 판치는 국제질서에서 장유유서가 통할 수 없기 때문일까.

최근 중국은 유엔을 내세워 북한을 강도 높게 제재하고 있다. 사드를 핑계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도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일종의 선제공격인 '코피 작전'을 거론하고 있다. 빅터 차의 낙마 이유가 코피작전에 대한 반대의 결과라면. 올림픽 이후 한반도 상황은 예측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제한적 공격일지라도 한반도는 파국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혈맹이라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도 불사한다는 트럼프의 시나리오. 수백만의 사상자는 물론 경제파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러시아와 일본은 미운 시누이 역할에 바쁘다. 끔찍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병상련의 처지에 한국과 북한만이 놓이게 됐다. 북핵문제에서 시작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한반도의 위기가 '넘사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만큼이나 미국의 코피작전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더 이상 선택의 길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축제보다 평화를 강조하는 평창올림픽. 거기에는 한반도의 위기적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김여정이 특사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향후 남북한 관계의 극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남북한 간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가 진행된다면 위기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서해평화협력 지대 등의 과제가 실마리를 찾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남북한 간 관계는 미국이나 중국과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맏형이 부모다'라는 말에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엇나가는 형제가 있을수록 부모의 지위에서 맏형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남북한관계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이 아니라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공존번영의 길을 찾도록 이끌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수평이면서도 때로는 수직관계인 형제. 맏형은 배려와 베풂을 다해야 하고, 동생은 존중과 이해를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되 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따를 때 형제 관계가 유지된다. 욕심과 불신이 겹치면 남는 것은 파국이다. 가족과 대학 그리고 기업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설이 다가온다. 조상 앞에서. 우리들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우리시대에 걸 맞은 형제관계는 무엇인지. 시대가 요구하는 맏형의 올바른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 다 함께 생각하는 명절이기를 기대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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