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거미의 각도

권성훈

발행일 2018-02-1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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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풀은 공중에서 낯 선 당신을 견뎌냈다



바람을 잡아당기면 공중이 어긋나서

삐끗 금 간 독毒들이 욱신거렸다



끊어질 듯 성급한 날개가 끈끈한 각도에 한 끼 식사처럼 걸려있다

허공은 깊게 파여 껍데기뿐인 나를 먹으러 이곳으로 왔다

없는 나뭇가지는 혈관으로 얽혀있고 비행을 멈춘 당신

날아갈 공간도 없이 굳고 있는 나를 본다

김도이(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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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존재하는 것들은 저마다 위치와 크기의 각도를 매달고 있다. 이 각도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척도라면 각도를 가진 것만이 태어날 수 있고, 죽을 수 있지 않겠는가. 시시각각 다른 각도로 살고 있는 인간도 어머니의 몸에 걸려 있다가 당신이라는 고유의 각도를 가지게 된다. 공중에서 몸을 풀은 어미 거미는 제 뱃속의 내장을 뽑아서 거미줄을 만들고, 그 거미줄로 새끼들 먹이도 잡아주고, 새끼들 다 키우면 내장은 모두 빠져나가 거죽만 남는 것이 거미들의 계산법이다. 이 계산법이 영그는 동안 '껍데기뿐인' 자신은 "날아갈 공간도 없이" 그렇게 어머니의 뒤틀린 각도 역시 쭈글쭈글 말라가는 것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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