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MeToo 운동' 그 이후 주목할 것들

이재규

발행일 2018-02-1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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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문학·영화·연극계 등 전방위로 확산
가해자 단죄위해선 '명예훼손죄 개정' 필요
'#With You' 되도록 법·제도정비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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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사회부장
지난 해 10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킹스 스피치', '시카고' 등 명작들을 만든 미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이자 영화감독인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이 여배우 등을 상대로 수십 년 간 성추행과 성폭력을 벌였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시작된 '#MeToo 운동'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과 성폭력이 폭로되자 미 배우 앨리사 밀라노(Alyssa Milano)는 트위터에서 '#MeToo'운동을 제안했고,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의 유명 배우들이 동참하면서 영화계를 넘어 언론, IT, 스포츠, 정·재계 등을 뒤흔들며 전 세계로 퍼졌다.

지난 1월 29일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란 제목으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에 의해 "장례식장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하면서 대한민국판 '#MeToo' 운동이 촉발됐다.

대검찰청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사단'을 발족, 이번 주 초 안태근 전 국장 소환을 예고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 모 부장검사를 긴급 체포한 데 이어 15일 밤 구속했다.

지난해 12월 발행된 '황해문화'에 발표된 시인 최영미의 시 '괴물'도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문단의 원로 시인이 성폭력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이 폭로됐고, 최 시인은 지난 17일 SNS에 "1992년 등단 이후 제가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을 했던 남자는 네 명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와 가까운 문인들"이라고 추가 폭로했다.

영화계에선 유지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 프로그래머가 "영화제 전 고위 간부를 지낸 원로 영화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연극계에선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10여년 전 지방 공연 때 겪었던 일을 공개하자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이윤택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과거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판 '#MeToo' 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미국판 '#MeToo' 운동이 있기 전 지난 2016년 한국판 '#MeToo' 운동의 시초로 문단의 성폭력 폭로가 있었고 지목된 작가들이 공개 사과했고, 제자들을 성폭행한 B시인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받는 등 단죄도 이뤄졌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가해자들이 태도를 바꿔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남발하며 피해자(폭로자)들은 '홀로' 긴싸움을 벌어야 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반년 가까이 수사기관을 오가며 스스로 무죄를 입증해야만 했다.

허위사실이 아닌 내용을 퍼뜨렸더라도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한 현행법 때문이다.

영혼 없는 사과와 몇 마디 반성만 남긴 채 '이 또한 지나가리라'며 숨 고르기 하는 수많은 가해자를 제대로 단죄하기 위해선 명예훼손죄 개정과 관련 제도 마련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여성노동인권 운동가와 함께 한 자리에서, 이 운동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여권 운동가들이 '#MeToo' 운동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유로 '2차 피해' 등 깊은 고뇌를 드러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MeToo' 운동에 동참하는 여성(혹은 남성)이 자신이 겪은 일을 두고 불운이나 자책으로 돌렸던 과거 체험에서 벗어나고,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했던 일들이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인식으로 진화하길 바란다. 사회 전체가 나서 '#With You'가 되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이재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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