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포스트 평창'의 정치학

최창렬

발행일 2018-02-2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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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동결 등 '비핵화 단초' 명분으로
한미군사훈련 공세적 성격 완화 한국의 역할
보수정당의 정치적 유연성·냉철한 인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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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긴장을 잠시 유예시켰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전격 제안은 대북제제 완화, 한미 균열 등을 노린 전략적 사고가 개재됐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북의 계산이 무엇이든 올림픽에서의 안보위협을 제거하고 향후의 불가측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모멘텀을 마련했으니 남북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의 행위 주체자들은 상생의 결과를 얻어낸 셈이다.

문제는 '평창'이후다. 포스트 평창의 모호성은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펜스 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에서의 의식적인 북한 무시 행동은 비핵화 없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미국의 의지를 전달했다. 물론 미국은 '대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역시 방점은 비핵화 의사가 없는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포함한 최대의 압박에 찍혀있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반도는 다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미국은 '핵 있는 평화'를 용인하지 않는다. 올림픽 이후 한미연합군사 훈련이 재개되고 이에 반발하여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이 이어진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관리할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 북한의 사정권에 있는 일본은 미국과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이렇듯 한반도 주변 당사자들의 셈법은 각기 다르다.

한미, 남북, 북미, 미중 등 양자 및 다자의 중층적 논의구조에서 교집합을 도출해 내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는 시계제로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역시 관건은 북한이다. '핵 있는 평화'를 원하는 북한의 생각은 한반도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할 수 있다. 북한이 핵 동결이나 비핵화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없이 북미대화의 물꼬를 틀 수 없다는 상황인식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는 한반도 안보위기 해소의 관건이다. 그러나 핵 동결이나 미사일 발사의 중단 등의 과정을 거쳐 비핵화로 접근하는 로드맵에 대해 부정적인 미국의 경직된 태도도 한반도 문제의 불안요소다. 북한과 미국의 유연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이다.

문제는 국내정치다. 국제정치와 국내정치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한반도 논의구조에서 국내정치는 국제정세 못지 않은 결정력을 지닌다. 한국정치에서 안보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평창 이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상상력과 가변성은 극대화될 것이다. 정치권은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되고 지지율이 밀리는 보수정당은 안보이슈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북한 변수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특정 정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2010년 천안함 폭침에도 불구하고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지방선거 전에 발표됐으나 역시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수정당들은 여전히 안보이슈를 극대화해서 선거경쟁에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의 낡고 박제된 정치문법 때문이다.

보수일각의 극우적 안보인식과 박제된 냉전적 사고는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하는 결정적 요소들이다. 여론을 설득하지 못하면 북미대화를 위해 북한과 미국을 중재해야 하는 한국정부의 상대적 자율성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여건'에는 미국을 설득시키는 일 못지않게 국내여론의 지지도 포함된다. 지방선거에서 안보보수를 내세운 '색깔론' 등 기존의 프레임이 일정 부분 보수층을 자극한다면 '한반도 운전자론'의 운신 폭은 현저히 좁아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의 동결 등 비핵화의 단초를 열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명분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공세적 성격을 완화시키는 조치를 취하게 하는 것이 한국의 일차적 관문이 될 것이다. 평창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여하히 관리하느냐는 이념의 차원을 넘는 영역이다. 보수정당의 정치적 유연성과 냉철한 상황인식이 절실하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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