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어느덧 절기상 봄비가 내리다는 우수가 지나간다. 봄은 매년 반복되는 세월의 흐름이라지만 한 해 한 해 맞이하는 느낌이 다르다. 세월도 흐르면서 풍경이 달라지지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기에 매 해가 달라진다. 세상이 변한다는 진리는 당장 몸을 거울에 비추어보면 실감한다. 이런 변화가 지속되다가 어느 때가 되면 주어진 생을 마쳐야한다는 것이 분명한 진리임에도 하루하루 혹은 분주하게 혹은 애써 외면한 채 살아들 간다. 지구 자체가 한 곳에 가만히 있지 않고 우주공간을 움직여 가는데 우리가 어느 한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규모가 크건 작건 지금 사는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듯 우리의 일상은 분주하게 이 곳 저 곳 옮겨 다닌다. 그러다 보니 한 곳에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이처럼 시간의 흐름도 계속되고 공간상 이동도 끊임이 없는 생명활동의 이치를 주역에서는 변동불거라고 하였다. 지금 숨 쉬고 살아있다고 그것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도 아니고, 이승에 살다가 언젠가는 저승으로 옮겨가야 하는 변동불거의 숙명을 모든 생명은 타고났다. 얼마 전 기부의 목적에 관한 생각을 말했던 빌게이츠는 자신이 모은 재물과 명예도 변동불거임을 진정으로 깨달은 것 같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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