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그윽한 향과 아름다운 수형으로 사랑받는 향나무

조성미

발행일 2018-02-2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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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끝이 보이지 않던 추위도 눈이 비로 바뀌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가 지나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제법 따뜻함이 배어있다. 남녘에서는 올해 첫 나무심기행사를 시작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봄기운을 맞이하러 가까운 산사에라도 찾아가면 코끝에 스미는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불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부처님께 간절히 빌며 정성껏 피우는 향을 만드는데 쓰여 온 향나무는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와 함께 가장 오랫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우리의 나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향나무를 이 땅의 삶을 하늘에 까지 연결시켜주는 귀중한 나무라고 생각해 무척 소중히 여겨왔다. 궁궐이나 절, 정원 등에 으레 심었고 물을 맑게 한다고 믿어 우물가에 한그루씩은 심었다. 제를 올리는 곳이나 무덤을 지키는 나무로 또는 무덤가에 피워놓는 향불의 재료로 쓰기 위해서 많이 심어왔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는 불교의식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안에 향나무를 묻어두는 매향(埋香)을 했다. 왜구의 약탈과 탐관오리의 학정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미륵의 도래를 애타게 기다렸는데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향나무를 묻어 기원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관원이 임금을 알현할 때 손에 쥐던 명패인 홀(笏)이 있었는데, 5품부터 9품까지의 벼슬아치들은 향나무로 만든 홀을 사용했기에 향나무를 홀목(笏木)이라고도 부른다. 향나무는 목재 자체에서 좋은 향(香)이 나 붙여진 이름인데, 잎과 수액에서도 독특한 향기가 난다. 향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로 높이 20미터, 지름 2미터 이상도 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 북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해발 800미터 이하에서 자라고 있으며 중국, 일본, 몽골 등에 분포한다. 울릉도가 향나무의 국내 최대 자생지이며 내륙에서는 자생지가 매우 드물고 일본 품종인 가이즈카 향나무를 조경수로 많이 심었다.

어릴 때는 생장이 느린 편으로 그늘에서도 잘 자라나 좀 크면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서 잘 자란다. 건조한 곳에서도 생장이 괜찮으며, 땅이 깊은 사질양토를 좋아하나 어디서든 잘 자라는 편이다.

향나무의 수피는 어릴 때 적갈색이며 성장하면서 회갈색으로 바뀌는데 세로로 좁고 길게 갈라진다. 잎은 어린 가지에는 바늘잎이 마주 나거나 3개의 잎이 돌려나고, 7~8년생부터 비늘같이 부드러운 잎이 달린다. 4월에 피는 꽃은 황색의 긴 타원형인 수꽃과 둥글고 긴 모양의 암꽃이 지난해 가지 끝에 달린다. 열매는 구과로 검은색이며 모양은 구형 또는 편구형으로 이듬해 가을에 익는다. 향나무 씨앗은 발아억제물질이 있어 좀처럼 발아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익은 열매를 새가 따먹으면 위액에 의해 발아에 적합한 상태로 변해 싹이 잘 나게 되고 멀리까지 자손을 퍼트릴 수 있어 향나무로서는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향나무는 무늬와 색이 아름답고 조직이 치밀하며 결이 곧고 윤이 나 목재로서의 가치도 아주 높다. 여기에 향까지 좋아 고급 가구재로 이용했고, 조각재는 물론 관이나 불상을 만드는데도 사용했다. 신라시대 불상으로 알려진 해인사의 비로자나불도 향나무로 만들었다. 향나무의 추출물은 여러 연구에서 비만과 당뇨, 암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목질부 추출물은 피부주름의 개선효과와 항산화, 항노화 개선효과가 우수해 화장품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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