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해빙 2

권성훈

발행일 2018-02-2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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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꼿꼿하게, 때로는 흔들리며

화선지를 물들이는 정적 속의 묵필 하나,

쌓인 눈 풀리는 강물이 시 한 수를 읊는다.

오세영(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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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깊숙이 응시할 수 있는 시선이 있어야 한다. 한편의 시를 쓰듯이 대상과 마주하며 그것을 둘러싼 것들과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 진지한 열정과 성찰이 필요하다. 마치 영영 녹지 않을 것 같은 극한의 얼음을 녹이듯이 참고 견뎌야 만이 그 안에 있는 숨은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이른바 "때로는 꼿꼿하게"응시하며 그것을 중심으로 "때로는 흔들리며" 있는 것을 사유하는 가운데 찾아온다. '정적 속의 묵필 하나가 화선지를 물들일 때' 비로소 부유하고 있던 자신의 의식이 현전되는 것과 같다. 지금 세상 밖에 조금씩 "쌓인 눈 풀리는"것 안에서 깨어나는 "강물이 시 한 수"를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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