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축제는 끝났다

이영재

발행일 2018-02-26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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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샤프가 불렀던 노래 '연극이 끝난 후'다. 곡이 나온 지 40년이 흘렀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사람들이 부를지 그때는 그 누구도 몰랐다. 좋은 노래들은 여러 명의 가수에 의해 수없이 리메이크 되면서 생명력을 이어나간다. 이 곡이 그렇다. '연극'은 그저 상징일 뿐, 그 단어 대신 '사랑'이나 '권력', '인생'을 대치시켜도 공감되는 것이 이 곡의 매력이다. 인생이든 권력이든 끝나면 그저 허무만 남는 법이다.

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17일간 평창 강릉 정선 등지를 밝혔던 화려한 조명이 모두 꺼졌다. 선수들이 흘렸던 땀과 눈물과 탄식 그리고 관중들의 환호는 온 데 간 데 없고 이제 우리만 남았다. 큰 행사를 겪은 후 남는 공허감은 신경림의 시 '농무(農舞)'에도 잘 표현된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평창올림픽의 막은 내렸지만 걱정은 산더미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번 올림픽을 이용해 남북화해를 갈망했던 정부의 집착은 오히려 올림픽의 감동을 반감시켰다. 개막식은 김여정, 폐막식은 김영철에 가려졌다. '평창올림픽은 김여정으로 시작해 컬링의 영미로 정점을 이룬 후, 김영철로 끝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북에서 온 손님들'로 올림픽의 열기가 김 새버렸다는 얘기다.

올림픽 인프라 확충에 투입됐던 14조원의 재정을 누가 부담해야 할지는 차후 문제다. 더 큰 걱정은 더욱 심화된 남남갈등이다. 2002년 월드컵은 "대~한민국"을 부르며 온 국민이 하나가 됐지만, 평창 올림픽은 '남북정상회담'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오히려 화합은커녕 국론 분열이 확대되고 있다. 화합의 지구촌 대 축제를 보러 온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이 땅에 남아 있는 우리 사이 갈등만 커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영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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