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꺼진 성당' 25일 오전 성추문에 휩싸인 신부가 주임신부로 재직 중이던 천주교 수원교구 광교 1동 성당 출입문에 "2월 25~3월 2일까지 본당 사정으로 인하여 미사는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
교구장 "사죄" 특별 사목서한
가해의혹 신부 직무정지 상태
재직 광교1동 성당 미사 중단
발길 돌린 일부 "종교관 혼란"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에게 과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2월24일자 인터넷보도)는 '미투(Me Too)'폭로에 대해, 수원교구가 신자들에게 사죄했다.
하지만 신자들 사이에서 성직자에 대한 불신의 감정이 생기는 등, 혼란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25일 '수원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통해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우리 교구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 잡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식 사죄에도 불구하고 수원교구 신자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미사를 드리기 위해 권선동 성당을 찾은 신자들은 이 주교가 직접 서한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부 신자들은 사과만으론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모(59·여)씨는 "거룩한 성전에서 사제 일을 하고 있는 신부가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에 매우 당혹스럽고 배신감을 느낀다"며 "하루빨리 가해 신부도 피해자 측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 신자로서 성당을 다니고 있다는 김모(27·여)씨 역시 "성추문이 천주교에서도 발생했다는 말을 듣고 종교관이 흔들리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성 추문에 휩싸인 신부가 주임신부로 재직 중이던 광교 1동 성당은 모든 불이 꺼진 채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출입문에는 "2월 25~3월 2일까지 본당 사정으로 인하여 미사는 없다"는 공고와 함께 인근 성당을 찾으라는 안내문만이 붙어있었다. 광교1동 신자들은 근처 동수원 성당과 원천동 성당 등에서 미사를 드렸다.
미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성당을 찾았다는 한 여성 신자는 한참을 불이 꺼진 성당 앞에 서 있다가 힘없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한편, 한 신부는 지난 23일 '정직' 징계를 받고 모든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또한, 그간 활동해 오던 정의구현사제단에서는 스스로 탈퇴했다.
/배재흥·박연신기자 jh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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