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미투'·'위드유', '제3의 사회민주화운동'

김순기

발행일 2018-03-01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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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상황과 제도 '일그러진 권력'의 또다른 버전
권력자들 성폭력 반드시 척결해야 할 '불평등 문제'
공정사회 지향한다는 의미로 '촛불'과 같은 힘 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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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정치부장
지금 한국사회의 화두는 단연 '미투(ME TOO·성범죄 피해 사실 폭로)'와 '위드유(WITH YOU·미투운동 지지)' 운동이다.

서지현 검사와 함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루시퍼 이펙트'에 나오는 한 구절을 첨부했다. "시스템은 한 개인의 반대를 착각으로, 두 사람의 반대를 감응성 정신병으로 매도할 수 있지만, 세 사람이 같은 편에 서면 함부로 하기 어려운 힘이 있다."

'루시퍼 이펙트'(웅진지식하우스, 2007)는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필림 짐바르도 교수가 지난 1971년 스탠퍼드 교도소에서 충격적인 실험을 한 뒤 무려 35년 후에 쓴 책이다. 그는 잘못된 상황과 제도가 사람을 악(惡)하게 만드는 현상을 '루시퍼 이펙트'라고 명명했다. '잘못된 상황과 제도'를 주목한다면, 임 검사가 '루시퍼 이펙트'를 꺼내든 것은 인용 구절 자체의 함의를 뛰어넘는 힘이 있다.

'잘못된 상황과 제도'는 바로 '일그러진 권력'의 또 다른 버전이다.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성폭력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그 조직이나 분야의 권력자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주 20~50대 성인남녀 1천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투·위드유' 운동과 관련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1.6%가 성폭력의 본질적 문제로 '권력관계'를 꼽은 것은 당연하다. 성차별(남녀관계)을 선택한 응답자는 28.4%이었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성적 폭력을 가했다. 권력과 성 그리고 하급자 위치의 여성이라는 삼중 기재에 묶인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왔다. 우리 사회의 낮은 인권의식과 성폭력 불감증은 피해자들을 더욱 옭아맸고, 권력자들의 상습적인 성폭력과 이를 묵인해 온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을 고발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위드유'는 이에 대한 우리 사회가 보내는 일종의 '화답'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8.6%가 '미투'·'위드유' 운동을 지지한다고 했고, 74.4%는 동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관음적 또는 정치적 시선으로 '미투'·'위드유'를 바라보는 일부에 대해 국민 대부분이 권력자의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척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라고 꾸짖고 있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이런 '미투'·'위드유' 운동에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젠더폭력대책TF를 가동하고 '이윤택 처벌법', '갑질 성폭력 방지법' 등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사회 곳곳에 뿌리 박힌 젠더 폭력을 발본 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용기 있게 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이 2차 피해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쯤 되면 일반시민들이 먼저 나서고 정치권이 뒤따른 '촛불'이 연상되지 않는가! 촛불을 든 일반 시민들은 국정 농단과 권력 남용을 규탄하며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외쳤다. '미투'·'위드유' 운동도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에 분노하며 결국은 공정 사회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촛불'과 동일 선상에서 한국 사회를 바꿔놓을 힘을 가졌다고 본다. 우리 시민들은 왜곡된 정치권력·경제권력에 대항해 정치민주화·경제민주화 운동을 진행해왔다. '미투'·'위드유' 운동에 대해 '제3의 사회민주화운동'이라는 다소 거창한 명칭을 붙이고 싶은 이유다.

/김순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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