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소중한 것을 지키는 용기

최지혜

발행일 2018-03-0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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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
이대로 사그라들까 걱정
소중한 것 지키기 위해 용기있게
"ME TOO, WITH YOU" 외쳐야
우리들 외침이 법과 정책 바뀌고
상처받은 사람들 치유될 수 있길


증명사진최지혜2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요즈음 우리 사회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 운동(Me Too)'이 확산되면서 연일 언론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투 운동은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가 시작한 캠페인이다. 타라나 버크는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한 단체 '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하고 SNS에서 "#Me Too"라는 문구를 쓰도록 제안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2017년 10월 미국 할리우드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트위터를 통해 제안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이런 세계적인 움직임 속에 우리나라의 미투 운동 물결은 지난 1월 현직검사의 검찰 내 성범죄 피해 사실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해서 문화계, 연예계, 종교계까지 퍼지고 있다. 미투 운동의 시작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듯, 성범죄 문제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만연되어 있는 문제이다. 사건이 폭로될 때마다 놀랍고 실망스러운 한편 이것 또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며 우리 사회 깊숙한 어둠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까지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성범죄 사건과 다른 점은 우리가 웬만하면 알만한 유명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시인, 유명 극단대표, 인기 배우, 호평을 받고 있는 사진작가 등이다. 각 조직에서 권력(權力)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전에는 성범죄라 하면 '가해자인 남성과 피해자인 여성'의 구도로만 보았으나 이번에 폭로된 사건들을 보면서 권력구조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 내부에서의 상하 관계, 교수와 학생, 감독과 배우, 선배와 후배 등등 자신의 권력을 악용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폭로를 하게 되는데 권력 구조 안에서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가 입게 될 2차, 3차 피해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사회는 그동안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관대했고 피해자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했다. 특히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별것 아닌 일로 유야무야 지나는 일이 많았다. 지난 달 22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정부의 성폭력에 대한 안이한 대응에 대해 질타를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유엔측은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상대로 무고 및 명예훼손, 고소에 나서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용기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사람들과 아직도 고통 속에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응원하며 그림책 하나를 들여다본다. 그림책 '말해도 괜찮아(제시 글·그림/권수현 옮김/문학동네)'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어린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성폭력 피해를 당했음에도 '비밀'을 지켜야 했고 이 모든 일이 아이의 잘못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협박당했다. 이 그림책 속 피해 어린이는 다행히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상담사의 치료를 받았고, 가해자는 법이 적용되어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끔찍한 성폭력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후 용기를 내어 더 이상 같은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면서 '말해도 괜찮아'로 'ME TOO, WITH YOU'를 외치고 있다.

불길처럼 번지는 미투 운동이 반가우면서 한편으로 이대로 사그라들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미투를 외치는 사람들에게만 세상을 바꾸는 미션을 홀로 떠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ME TOO, WITH YOU(미투, 위드 유-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를 외쳐야 한다. 미투 운동의 원래 목적대로 우리들의 외침을 통해 법과 정책이 바뀌고 상처받은 이들이 치유될 수 있어야 하겠다.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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