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빛

이진호

발행일 2018-03-0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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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어두운 곳 비추고 용기있게 진실 밝히며
부정에 맞서는 '나홀로 등대지기들' 점점 늘어
'미투'가 힘얻고 사회적 약자들 용기·위안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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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등대는 오래전부터 어둡고 적막한 바다를 운항하는 선원들에게 배의 위치, 위험한 해안선, 험난한 여울과 암초, 항구의 안전한 입구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등대에는 반드시 갖춰야 할 두 가지 조건이 있는 데 어떤 조건에서도 식별이 쉬워야 하고, 다른 등대와 뚜렷하게 구별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는 등대마다 등의 색과 일정한 시간 빛의 깜박이는 횟수로 고유의 표시방식을 부여하고 있다. 이 표시방식은 국제항로표지협회(IALA)에서 고시해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요즘은 위성장치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해 위치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등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상황에 따라 등대의 아날로그 방식이 GPS 같은 전자장비보다 훨씬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천 앞바다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 등대'의 등질(빛의 특성)은 백섬광으로 10초 1섬광(FI W 10s)으로 표시한다.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와 금강산이 가까운 곳에 있는 '대진 등대'는 백섬광 12초 1섬광(FI W 12s)이다. 무슨 얘긴가 하면 팔미도와 대진 등대에서 비추어지는 빛은 밝은 흰색으로 각각 10초에 한 번, 12초에 한 번씩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일정한 속도로 거울 반사판이 등 주위를 360도 회전하면서 빛을 반사하는 것인데 보는 쪽에서는 등대 불빛이 일정한 속도에 맞춰 깜박이는 것처럼 보인다. '속초 등대'는 백섬광 45초 4섬광(FI(4)W 45s), 울산시 '화암추 등대'는 백홍호섬광 20초 1섬광(AI FIWR 20s)으로 표시되는데 각각 45초에 4번, 20초에 한 번씩 빛을 반짝인다. 백홍호섬광은 흰색과 빨간색 양면렌즈가 20초마다 두 가지 불빛을 발하는 것으로 '주변에 암초나 위험물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등대마다 중복되지 않게 고유의 표시방식을 부여하는 것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혼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등대가 보유한 고유의 빛 색과 깜박이는 횟수를 마음대로 바꾸거나 매번 다르게 표시한다면 해상을 운항하는 배들은 혼란과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등대를 설치할 때 부여된 표시방법은 철거되는 날까지 그대로 운영하는 게 관행이다.

등대는 예전부터 '희망', '진실', '자유' 등 긍정의 상징으로 많이 쓰여왔다. 부정·부패와 싸우는 힘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사회나 시대가 옳지 못한 선택을 할 때마다 각자 위치한 자리에서 소신 있게 위험을 알리는 등대가 있었다. 부정한 권력과 부패한 자본을 지적한 내부 고발자, 무능한 정권과 타락한 사회를 비판하는 언론, 원칙도 개념도 없는 개발을 감시하고 탐욕스러운 금권(金權)을 경계하는 시민단체 등은 우리 사회가 올바르게 나아갈 곳을 비추는 등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나는 것을 바라지 않은 세력은 이런저런 이슈를 만들어 '빛'을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깎아내리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부고발자를 기밀누설자로 처벌하고, 시민단체는 먹이(?)만 주면 대들지 않는 하이에나처럼 치부했다. 언론은 기레기(기자 쓰레기)로 몰아세우고, 온라인상에서 떼로 덤벼들면서 진실을 호도(糊塗)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등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용기 있는 등대지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등대를 지키는 것은 노래 가사처럼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비난과 조롱에 굴하지 않고 부정(不正)에 맞서는 '나 홀로 등대지기'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미투'가 힘을 얻고, 억울함을 당한 사회적 약자들이 용기와 위안을 얻고 있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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