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봄 밤

권성훈

발행일 2018-03-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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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지 않는

그리움이 있는 줄 이제 알겠습니다



말로는 나오지 않는 그리움으로

내 가슴은 봄빛처럼 야위어가고



말을 잃어버린 그리움으로

내 입술은 봄바람처럼 메말라갑니다



이제 내 피는

그대를 향해

까맣게 다 탔습니다

김용택(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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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말은 소리 언어로서 기능하며 입을 통해 작동된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말로 언표하며 그것으로 생각을 읽어낸다. 간혹 우리는 더 이상 말이 불필요한 상태 혹은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말이 되지 않는 그리움'은 너무나 기다림의 자장이 커서 말로는 그러한 마음을 헤아릴 수 없고, 그리움의 자웅을 잴 수 없는 곳에 '말로는 나오지 않는 그리움'이 있다. 지금 가까이 와 있는, 봄날처럼 새순이 돋아나고 꽃이 피듯이 신비로운 자연 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거기에 말을 잃은 '입술은 봄바람처럼 메말라'갈 뿐이다. 보라, 오늘도 까맣게 타들어가는 그리움이 '그대를 향해' 봄밤을 키우고 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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