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천년, 새천년의 시작점

이윤희

발행일 2018-03-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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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건국 1100년'·'경기정명 1000년' 좋은 콘텐츠
몇년전부터 추진해왔던 사업 선거 앞두고 '위축'
중요한 시점 할일 많은데 '시민없는 천년'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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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문화부장
우리는 어떤 행사의 가치를 따질 때 통상 '10주년' '20주년' 등 십년 주기 행사에 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100주년'이라 하면 그 특별함이 더해지고, '1천년'이라고 하면 굳이 말해 무엇하랴.

올해 2018년은 '경기 천년의 해'다. 고려 현종이 수도의 외곽지역을 '경기(京畿)'라고 처음 불렀던 때인 1018년 이후 1천년이 지난 것이다. '경기(京畿)'라는 지명이 붙여진 '경기 정명(定名)'이 1018년이었다면, 그보다 100년 앞선 918년은 고려 건국의 해였다. 올해 1천100년을 맞게 된다. 이에 고려의 임시 수도였던 강화도가 소재한 인천에서는 '고려건국 1천100년'을, 경기도에서는 '경기 정명 천년'에 의미를 부여하며 수년 전부터 다양한 사업 및 행사를 추진 중에 있다. 2018년 경기·인천이 천년의 세월을 넘은 이슈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의미도 의미거니와 마케팅의 관점에서도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갈 추진력을 얻는 기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시끌벅적하게 이를 알려 시너지를 얻어도 좋으련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지자체 및 문화예술·학술기관 등 관련 단체들만 분주할 뿐 정작 시민들의 관심은 덜한 듯하다.

경기 천년, 고려건국 1천100년이란 좋은 콘텐츠가 있지만 시민들과의 연결고리가 부족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무를 맡은 관계자들의 얘길 들어보면, 이런 상황이 특별할 것도 없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정치색이 들어가면 빛이 바래는 법.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해의 소지를 줄이려다 보니 위축되는 모양새라고 말한다. "몇년 전부터 추진해 왔던 사안이고, 순수한 목적으로 진행되는데 선거가 가깝다 보니 당론에 따라 입장이 엇갈린다.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반대 당에선 '선심성'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자칫 선거운동으로 비춰 질 소지가 있어 제대로 사업을 밀고 나가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현직 지자체장들만 빛을 보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견제의 눈길에 '괜히 트집 잡히느니 조용히 있겠다'는 관계자들의 생각도 일부 숨어있다고 한다.

올해 '정명(정도) 천년'을 맞은 곳은 경기도 뿐만 아니다. 전라도 역시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았다. 경기와 같은 시기인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 지금의 전북 일원인 강남도와 전남, 광주 일원인 해양도를 합치고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를 따 '전라도'가 생겼다. 이에 광주시, 전라남도, 전라북도 등 3개 시·도는 올해 '전라도 천년'을 맞아 함께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이미지 개선, 문화관광 활성화, 기념행사, 학술문화행사, 문화유산 복원 등 7대 분야 30개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나섰다. 똑같이 지방선거를 치르는데 이곳은 3개 시·도가 뜻을 모아 학술, 관광, 체육행사까지 전방위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천년을 맞았다는 것은 새천년으로 나아가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너무도 많다. 과거와 현재를 철저하게 기록하고 또 알려야 할 것이며, 미래를 위해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시민들이 빠진 천년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천년'은 시민이 있어 가능했고,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윤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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