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오늘 본 뉴스는 괜찮으셨나요?

박상일

발행일 2018-03-1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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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확인 없이 자극적인 기사로 '포털뉴스 경쟁'
질 낮은 콘텐츠로 '뒤죽박죽 유통' 정부 수수방관
'언론을 언론답게' 미투 이어 사회가 해결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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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대도시의 밤이 낮처럼 환한 것은 이제 일상처럼 너무 익숙한 일이 됐다. 모두 깊이 잠들어 있어야 할 새벽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잠들지 않고 움직인다. 그야말로 밤낮이 없는 세상이다.

이렇게 밤낮조차 없어진 세상에는 그만큼 쉴 새 없이 24시간 내내 수많은 정보들이 오간다. 통계를 돌려보면 우리 신문사의 온라인 기사를 가장 많이 찾아 읽는 시간이 밤 10시가 넘어서다. 새벽에도 뉴스를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들도 소중한 독자들이어서 별 수 없이 24시간 밤낮 없이 기사를 서비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른 언론사들도 이런 현실을 똑같이 인식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새벽에도 기사 경쟁이 만만치 않다. 무언가 뉴스가 될 소재가 터지면 순식간에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기사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그 빠르기가 정말 상상을 넘어선다. 그야말로 '24시간 뉴스 경쟁'이다.

문제는 이렇게 새벽까지 계속되는 뉴스 경쟁이 점점 더 큰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심화된 경쟁은 필연적으로 기사의 '내용'보다 '속도'를 중요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먼저 기사를 송고해 포털사이트 뉴스검색 결과에서 상단에 노출되기 위한 경쟁이다. 한정된 인력을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면서 이런 속도 경쟁까지 하려다 보니, 당연히 '팩트 체크'에서 약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오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부작용은 뉴스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적은 기사로 큰 효과를 내려는 욕심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수위가 위험할 만큼 심각하다. 표현뿐 아니라 내용까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나든다. 올바른 것을 지켜가야 할 언론의 사명을 놓고 볼 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단적인 예가 요즘 사방에서 터지는 '미투(#Me Too)' 관련 기사다. 대부분이 '폭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미투 관련 사건들의 특성상 내용 자체가 극도로 자극적이고 자칫 일방적인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사실 확인을 거치거나 표현을 걸러내지 않은 채 배포되면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포털에 노출된 기사들을 읽다 보면 정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기사를 제대로 거르지 않은 탓이다.

이런 잘못된 기사의 경우 당사자의 피해와 이에 따른 소송으로 입을 언론사의 피해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가 입게 될 정서적인 피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 구성원들에게 아주 광범위하면서도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회복 또한 쉽지가 않다. 미투 확산 이후 불거지고 있는 남성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나 여성들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펜스룰'과 같은 문제는 이 같은 정서적인 피해가 적지 않음을 증명한다.

언론사에 근무하면서 스스로 이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는 이유는 우리 언론이 처해 있는 현실이 답답해서다. 지금 우리 언론은 자본주의 구조 속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뉴스 유통의 상당 부분이 포털을 통해 이뤄지는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해결책을 못 찾고 있고, 질 낮은 뉴스 콘텐츠들이 뒤죽박죽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을 정부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난립된 언론들로 인해 언론사들의 경영 환경마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지 오래다.

언론사 스스로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신념을 지켜갈 의무가 있는 것은 맞다. 그 점은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하지만 정부 또한 언론이 제대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의무가 있고, 독자들 역시 '언론 같지 않은 언론'을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어쨌든 지금의 혼란은 그대로 두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다. 언론을 언론답게. 미투에 이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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