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스티븐 호킹

윤인수

발행일 2018-03-16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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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유명인사나 위인들이 '한국에 태어났으면'이라는 가정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조롱하는 블랙유머는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가령 만유인력의 창안자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새로운 학설로 교수들의 학설을 부정하다가 눈 밖에 나서 연구실에서 쫓겨나 초등학교 교사가 돼 학부모 촌지나 챙겼을 것이라고 했다. 내신에서 수학과 과학 이외의 과목을 망친 아인슈타인은 중국집 배달원이, 어마어마한 발명들이 특허규제로 사장된 에디슨은 열 받아 특허법을 터득하기 위해 고시생이 됐단다. 하필 북한에서 태어나서 '그래도 주체사상은 틀렸다'고 웅얼대다 들킨 갈릴레오는 죽을 때까지 아오지 탄광에서 석탄을 캤고….

스티븐 호킹 박사도 블랙유머의 주인공으로 회자됐는데 한국인 호킹의 말로는 끔찍했다. 어려서부터 천재였던 호킹은 일류대에 들어가 이론 물리학을 하며 빅뱅이론을 열심히 연구했으나, 20대에 루게릭병에 걸려 장애인이 됐다. 그러다 어느 날 몸에 열이 오르고 전신마비가 와서 택시에 실려 병원을 향했으나, 모든 종합병원에서 응급환자로 받기를 거부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노상에서 최후를 맞았다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 부재를 향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그만큼 장애인 과학자 호킹의 존재는 한국인에게도 강렬했다.

지난 14일 작고한 호킹은 새로운 블랙홀 이론을 탐구한 과학자이자 장애를 극복한 영웅으로 동시대인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었다. '호킹 복사' 이론으로 현대 물리학계의 슈퍼스타로 등극했고, 역작 '시간의 역사'는 물리학도들의 희망봉으로 빛난다. 대중들은 신체를 구속하는 절대 장애를 이겨낸 불굴의 의지에 공감하고 환호했다.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볼 근육만으로 작동하면서도 지적 탐구에 전념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그에게서 '존엄한 인간'의 표본을 본 것이다.

호킹은 말년에 외계생명체의 습격과 인공지능(AI)의 역습을 경계했다. 위대한 삶을 살았던 천재의 선지(先知)로 여긴다면 인류가 소홀히 여길 일이 아니다. "망가진 컴퓨터(두뇌)에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던 무신론자 호킹이 죽음의 블랙홀로 사라졌다. 남은 지구인들은 그를 오래오래 추억할 듯싶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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