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민과 함께 꿈꾸고, 완성해가는 화성행궁 복원

오선화

발행일 2018-03-2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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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화
오선화 수원시 화성사업소 학예사
화성이 세계유산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첫 시작이 수원시민들로 구성된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89년 10월 6일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위원장·김동휘) 70여명이 수원문화원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복원의 큰 뜻을 천명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10월 7일 화성행궁에 자리 잡고 있었던 수원의료원을 증축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방침이 발표됐다.

화성행궁은 1911년 봉수당에 자혜의원이 들어서면서 점차 일제의 신문명을 선전하는 의료시설로 바뀌어 갔다. 1930년대에는 아예 행궁을 허물고 그 자리에 경기도도립병원이 들어섰다. 해방 후에도 도립병원이 유지됐고 1989년 증축을 통해 종합의료센터로 육성한다는 방침까지 발표된 것이다.

화들짝 놀란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는 '화성행궁을 복원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시민들에게도 이 뜻을 널리 알렸고, 당시 내무부를 비롯한 경기도, 보건사회부, 문화재관리국 등 관계부서에 진정서와 건의문을 올렸다. 이듬해인 1990년 수원의료원을 정자동으로 신축 이전하기로 결정 돼 1993년부터는 화성행궁 복원을 위한 발굴조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수원시는 화성행궁 복원에서 멈추지 않았다. 1994년 세계유산 잠정목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계유산은 잠정목록에 오른 지 1년이 지나야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 사이 '화성축성 200주년 기념사업회'를 결성해 학술대회와 사진전 등을 개최함으로써 화성의 가치를 학계와 시민들에게 널리 알렸다. 문화체육부는 1996년 6월 30일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그해 7월 18일 화성행궁 복원의 첫 삽을 뜨는 기공식도 함께 열렸다.

화성행궁은 2003년 10월 1차 복원을 마치고 개관했다. '화성성역의궤'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총 576칸으로 구성 돼 있으나 482칸만이 복원됐다. 복원예정 부지에 학교가 건립돼 있었기 때문에 단계적 복원이란 전략을 취하게 된 것이다. 신풍초등학교가 위치한 곳은 '우화관(于華館)'이란 화성행궁 객사였다. 1905년경 우화관에 수원 최초의 근대학교인 '수원군공립소학교'가 옮겨오게 되면서부터 계속 학교로 쓰이게 된 것이다.

수원시는 화성행궁 개관 이후 신풍초의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부딪치는 것은 '최초의 근대 학교'란 역사였다. 수원 최초의 학교뿐 아니라 수원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란 역사도 중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화성행궁 복원을 선택했다.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 창립 취지문을 보면 '화성행궁은 화성의 근원이다. 행궁복원은 얼과 뿌리를 되찾는 길이다.(1989년 10월 6일)'라고 복원의 의의를 기록하고 있다.

화성은 1997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등재된 지리적 범위를 유산구역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의 오해와 달리 성벽을 둘러싼 범위만이 유산구역으로 등재 돼 있다. 화성행궁은 유산구역에 포함 돼 있지 않다. 그러나 세계유산 등재사유를 살펴보면 '18세기 조선사회의 상업적 번영과 급속한 사회변화, 기술발달을 보여주며, 군사·행정·상업적 기능을 담당하는 신도시의 구조를 갖췄다'라고 명시 돼 있어 화성을 성곽뿐 아니라 성곽도시로서 바라보았음을 알 수 있다.

화성행궁 복원은 화성의 얼과 뿌리를 되찾는 길이다. 그리고 더불어 세계유산 등재기준에 걸맞은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길이다. 2014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남한산성은 행궁을 유산구역에 포함하고 있다. 화성행궁 역시 유산구역의 확장 절차를 통해 세계유산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복원이 필요하다.

세계유산은 원칙적으로 추정에 의한 복원을 불허하고 있다. 복원된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을 기반으로 해야만 한다. 발굴조사를 통해 유적의 정확한 위치와 형태를 찾고, '화성성역의궤'와 '정리의궤' 등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을 통해 진정성 있게 복원된다면 확장등재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우화관과 더불어 화성행궁의 미복원시설인 장춘각, 별주의 발굴조사가 19일 부터 시작한다. 신풍초 건물 아래에 우화관의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처럼 장춘각과 별주의 흔적역시 찾을 수 있기를 화성을 지키는 성신(城神)에게 빌어 본다.

/오선화 수원시 화성사업소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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