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풀뿌리 민주는 요원한가?

이재규

발행일 2018-03-19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이해관계에 얽힌 의원 선거구획정 법안관련
과거 국회나 현재 광역의회나 여론외면 여전
1995년 부활 '풀뿌리' 굴절·왜곡돼도 전진을

2018031901001446800068581
이재규 사회부장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

지난 2014년 10월 30일,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박대출 대변인의 브리핑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인구 편차 상하 50%를 기준으로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의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지역표는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2014헌마53)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국회의원 상하 인구 편차를 2대 1로 하라는 이야기다.

헌재는 다만 법적 공백을 우려해 2015년 12월 31일 시한으로 입법자(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는 헌재의 불합치 결정일로부터 1년 5개월이나 지난 2016년 3월 3일 '인구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헌재 결정을 따랐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조차도 90일 이상 불법상태에 방치했다.

2년여가 흘러 '6·13 지방선거'의 광역·기초의원 정수를 늘리고, 선거구를 획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5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역시나 선거구 획정 시한(선거 6개월 전, 지난해 12월 13일)을 훌쩍 넘긴 것은 물론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3월 2일)보다도 3일이나 지각을 했다.

개정안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고 지역구 시·도의원(광역의원)을 현행 663명에서 690명으로 27명 증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치구·시·군의회 의원(기초의원) 총 정수는 현행 2천898명에서 29명 늘어난 2천927명으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 의원 정수는 128명에서 142명(비례대표 포함)으로 14명이 늘었고, 도내 31개 기초의원 정수는 431명에서 447명으로 16명이 늘어났다.

기초의원 관련, 인구 편차 기준 애초 67명의 증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초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는 전국 평균(1만7천852명)의 1.7배, 서울시(2만3천939명)의 1.25배, 특히 전남(7천811명)의 3.8배 수준이 됐다.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원, 광역의원, 시·군·구 의원의 주민 대표성은 같아야 한다. 주민을 대표해 국정을 견제하고, 광역행정을 견제하고, 시·군·구 행정을 견제할 뿐이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다. 국회에 이어 광역의회 역시 민의를 촘촘히 담아내고 주민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3~4인 선거구를 늘려달라는 여론을 외면했다. 애초 2곳을 요구했던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과 서울, 부산 등이 4인 선거구를 '0'으로 만들었다. 거대 정당의 독식 구조로 가겠다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교수 장하준은 2010년 11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를 통해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고 갈파했다. 지난 1995년 수많은 난관을 뚫고 부활시킨 '풀 뿌리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굴절돼도 계속 전진해야 할 것이다.

/이재규 사회부장

이재규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