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봄 무사

권성훈

발행일 2018-03-19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8031901001450600068792

시가 풀잎 속으로 걸어간다.



잠든 도시의 아이들이

풀잎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빨리빨리

지구로 내려간다.



가장 넓은 길은 뿌리 속

자네 뿌리 속에 있다.

강은교(1945~)

권성훈교수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진정한 무사는 칼을 쓰지 않으며 싸우지 않고 상대방을 제압하는데 있다. 명검의 칼날과 같이 칼집에서 칼을 뽑지 않고서도, 무사는 그 자체로 적을 무너뜨린다. 세상 밖에 겨울이 내미는 시퍼런 새순을 보라. 봄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무조건 항복이라도 하듯이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 않은가. 이제 머지않아 '도시가 풀잎 속'으로 들어갈 것이며, 거기에 사는 우리는 '풀잎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푸르러질 것이다. '빨리빨리 지구로'의 시간은 초록빛을 간직하게 될 것이며, 생명력 가득히 세상을 물들일 것이니. 길을 잃고 방황하는 당신의 삶도 '가장 넓은 길은 뿌리 속'에서 길을 찾고 있듯이, 좌절과 고통은 "자네 뿌리 속에"서 희망으로 자라나 반드시 봄이라는 무사가 해방시켜 주리니.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