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은 환골탈태 해야 한다

임양택

발행일 2018-03-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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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정책은 대기업-中企간
불균형 해소 등에 포커스 맞춰져
해외이전 기업 국내 복귀 위한
필수적 유인책인 세부내용 없어
지속적인 경제성장 유지 위해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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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한국 대기업의 2017년 1분기 영업이익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6조3천100억원을, 삼성디스플레이도 1조3천억원을 각각 올렸다. SK하이닉스는 2조4천676억원을, LG디스플레이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대를 각각 기록했다. 또한 화학과 철강 분야에서,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역대 세 번째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LG화학도 2017년 1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돌파했다. 포스코는 2017년 1분기에 철강 부문에서만 1조234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런데 왜 한국 대기업들의 수출 호황이 국내 고용 창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을까? 다시 말하면, '수출 증가 → 투자 증가 → 일자리·소비 증가'의 '수출의 낙수 효과'가 작동하지 않고 있을까?

최근 들어 한국 제조업체들의 해외 이전으로 인하여 국내 제조업 취업자들이 매월 수만 명씩 감소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2016년 35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1996년 아산 공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생산 공장 건설을 중단하고 중국·브라질·멕시코 등에 생산 거점을 세웠다. 이 결과,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 완성차 5개 사의 해외 생산(465만2천787대)이 국내 생산(총 422만8천509대)을 처음으로 능가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후반부터 베트남에 해외 생산 기지를 건설해 1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고용은 2012년 24만명에서 2015년 33만명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 고용 인력은 2015년 9만3천200명으로 전년보다 3천700명(3.8%) 감소했다. 3년 연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국내에 앉아서 주문을 기다리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며 대기업이 진출한 해외 공장 주변 부지를 물색 혹은 구입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2017년 4월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중소기업체들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총 60억2천300만 달러(6조8천700억 원) 규모다. 해외에 설립된 법인 수도 크게 늘어 2016년 기준으로 1천600개에 육박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2017.05.04)한 '주요국 리쇼어링(Reshoring) 동향과 정책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2005년 약 53만개에서 2015년엔 약 163만개로 3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국내에서 창출한 일자리는 1.5배 증가(19만 개에서 27만 개)에 그쳤다. 이것은 한국내에서 고용이 6분의 1로 감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기한 한국 기업들의 '탈 한국 현상'은 단순히 국내 고용 감축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한국산업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은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중소기업 R&D 투자, 임금 격차 해소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 및 불평등 해소 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러나 현행 중소기업 정책은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이 국내로 회귀하는 데 필수적인 유인책들의 세부 내용이 없다. 이 사실은 2013년 6월, 국회에서 '유턴기업지원법'이 통과돼 약 4년간 시행됐지만 실제로 국내로 복귀한 기업이 30개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복귀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의 기업들이 '유턴기업지원법'상의 지원제도와 인센티브에 대해 만족하지 않았다. 특히 이들 기업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으로 노동시장 경직성(18.7%)과 높은 인건비(17.6%), 자금 조달의 어려움(16.5%) 등을 꼽았다. 이와 같이 아직도 유턴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반(反)기업적 풍토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쪼록,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역사적 과업을 순조롭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속적 경제성장이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경제 환경'을 만들어 외국인투자기업들을 많이 유치할 뿐만 아니라 해외로 이전한 한국기업들의 유턴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름지기 기업 없이는 고용창출이 불가능하며, 고용안정 없이는 사회통합을 기대할 수 없으며, 사회통합 없이는 남남갈등으로 인해 남북 통합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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