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에 여유를 담다

조은미

발행일 2018-03-23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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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미
조은미 이화여대 문화예술교육원 강사
봄바람과 함께 플리 마켓이 전국 곳곳에서 개장 소식을 알린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서울에서부터 멀리 제주도까지 다양한 플리 마켓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마켓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마켓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부분 플리 마켓을 구성하는 것은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상품들이다. 지역 예술가들의 예술작품도 있는가 하면 다양한 공예품도 눈에 띈다. 완벽한 작품보다는 할머니의 손바느질 같은 소박한 인간미가 풍기는 상품을 찾기 위한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하다. 완벽을 추구하는 시대에서 불완전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행색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완벽한 빅데이터에 기반한 소위 정답 같은 선택의 삶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다. 소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를 거쳐 이제는 커스텀마이즈(customize)라는 1대1 고객주문 맞춤 상품이 주목받는 시대다. 이는 나를 대변할 상품을 획득함으로써 감성적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다.

이제 3D 프린터는 실수를 가장한 계산적 표현까지 재현해 낸다. 그러나 3D 프린터가 핸드메이드를 흉내 내 만든 상품이 아닌 사람의 손때가 묻은 진짜 핸드메이드 상품들을 찾아 사람들은 전국 방방곡곡 찾아 헤맨다. 이는 인간만이 지닌 감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과 정서적 교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답안만 제시할 뿐이다. 복잡한 인간의 정서를 다독거려 주기엔 한없이 부족하다. 바느질 속에 오랜 시간의 삶의 지혜와 철학이 기워져 있기에 사람들은 시간과 노동에 더해 인간의 철학이 묻어있는 상품을 원하고 있는 것이리라.

문득 16세기 만들어진 이도다완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 한국 부엌 한 편에서 굴러다니던 밥사발에 지나지 않던 것이 일본 열도에서는 국보로 지정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는 소박하고 완벽하지 않은 다완의 형태가 일본의 직선적 완벽함에서 돋보였을 것이며 긴장감을 완화 시키는 탈출구가 됐을 것이다.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형태는 당시 일본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투박한 사발 안에는 선조들의 여유의 철학과 삶의 이치가 녹아 있었던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과 복합의 시대라 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를 경험할 것이라 말한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변화에 유연한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고들 말한다. 점토의 물성과 흡사하다. 점토의 놀라운 가소성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유동적인 가소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전문 분야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과학자, 생물학자가 예술을 넘나든다. 이제는 예술의 재료가 아니라 목적이 더 중요한 때인 것이다. 그 목적은 인간의 철학과 감성을 포함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레의 회전력과 인간이 만나는 순간 흙덩어리는 의미 있는 것으로 탄생한다. 다시 말해 기계와 점토와 인간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탄생되는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한 바로 지금 요구하는 것-바로 이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았던 일본 건축구조 속에서 소박한 사발이 신의 그릇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빛났던 것처럼, 방대한 데이터로 완벽한 구조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섬세한 우리의 감성을 4차 산업 혁명의 요소들과 어떻게 잘 버무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인간만이 공감할 수 있는 저 면의 감성을 한 땀 한 땀 엮어 4차 산업의 물결을 수놓아야 할 것이다.

/조은미 이화여대 문화예술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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