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추창민, 유명 소설 메가폰
장동건 파격 변신, 류승룡 부성애
음습한 공간배경, 惡에 대한 성찰
■감독 : 추창민
■출연 :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개봉일 : 3월 28일
■스릴러 / 15세 이상 관람가 / 123분
이미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각색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그것도 원작이 누적판매 부수 50만부를 돌파할 만큼 탄탄한 독자층을 가진 작가의 '베스트셀러'이고, 세계 각국에 번역돼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정유정 작가 특유의 빠른 서사와 탄탄한 구조,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문체로 무장한 원작은 영화화하는 데 있어 사실 커다란 부담일 것이다.
7년의 밤을 좋아했던 독자가 관객이 돼, 영화가 과연 소설이 가진 상상의 힘을 현실화 시켰을 때 어떤 반응으로 다가올 것인가 잔뜩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작품인 만큼, 7년의 밤은 메가폰을 잡은 감독과 배우들의 조합이 남다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추창민 감독이 6년 만에 이 영화로 돌아왔다. '마파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감독의 전작들은 선한 캐릭터의 향연이었다.
팍팍한 현실이지만, 그 안에 희망이 존재하고 그 희망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던진 메시지였다. 하지만 7년의 밤은 '악'에 관한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살인자가 돼 '악행'을 저질러야 했던 한 남자와 '악인'의 본능 그대로 악행을 저지른 남자에 복수해야 하는 또 다른 남자의 대립이 주를 이룬다. 감독은 "'전작들이 인간의 선함에 집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라면, 7년의 밤은 성악설을 바탕으로 '과연 그 악은 진짜인가'를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들의 연기대결도 팽팽하다. 작품마다 몰입도 높은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 류승룡과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장동건의 대립구도가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류승룡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고통을 표현하기도 하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맞서는 부성애를 연기했다.
잘생긴 배우의 대명사인 장동건의 연기 뿐 아니라 외면의 모습까지 파격적으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광기 어린 복수심을 지닌, 섬뜩하고 극악무도한 아버지를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밀고,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분장을 하는 극단적 비주얼 변화를 시도했다.
원작 안에서 정교한 묘사를 통해 음습함을 자아냈던 '안개가 자욱한' 세령마을도 영화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지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7년의 밤 제작진은 "약 10개월 동안 대대적인 장소 섭외과정을 거쳤고, 제주를 제외한 전국 팔도에 원하는 장소를 찾아내 하나의 공간처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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