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공유성북 원탁회의'를 아시나요?

권경우

발행일 2018-03-23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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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개 단체 300여명 다양한 활동 인정
단단한 조직보다 유연한 플랫폼에 인접
동네이야기로 웃음꽃 피는 공동체 모습


권경우1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서울시 성북구에는 '성북 명예의 전당'이라는 것이 있다. 2010년부터 매년 지역을 빛낸 인물과 사업을 기리기 위해 지역사회발전, 선행봉사, 미풍양속, 문화체육, 모범청소년 등 각 분야별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이를 기념하여 구청 건물 내부에 '성북 명예의 전당'이라는 별도 공간을 조성해왔다. 2017년 '성북 명예의 전당' 문화예술분야에 '공유성북원탁회의'라는 지역문화예술네트워크 단체가 선정된 것은, 그동안 명예의 전당 헌액이 주로 개인의 몫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약 150개 단체와 3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지난 4년여 동안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활동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공유성북원탁회의'는 2014년 2월 25일 14개 단체 27명으로 첫 모임을 한 이래 지금까지 40회의 전체모임을 진행했다. 이 네트워크의 강점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문화기획자와 마을활동가 등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경험을 축적하고, 지역사회의 현안과 의제를 다루는 등 문화예술의 개별적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 공유와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를 꾸준하게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에는 운영 내규를 마련하면서 '자율성, 민주성, 연대성, 다양성'이라는 네 가지 운영 원리를 제시했고, 공동운영위원장 2인과 25명 내외의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공유성북원탁회의'의 특징은 운영위원 및 위원장 선출과정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운영위원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운영위원 중에서 공동위원장 1인은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나머지 1인은 '사다리 타기'로 선출한다. 장난처럼 보이는 이 선출 방식은 내부적으로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투표로 선출된 위원장보다도 더 찬사를 받는다. 매년 새로운 공동운영위원장을 2인씩 선출했지만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한편으로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직접민주주의 모델을 실험하는 무대이다. 매월 1회 전체모임을 가짐으로써 기존 구성원과 새로 참여하는 이들 사이에 대면의 자리를 마련한다. 특히 초기에는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매번 반복되는 자기소개 시간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공통의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동시에 전체모임의 자리는 다양한 입장과 아이디어, 축하와 파티 등이 공존하는 공동체의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지역 사회에서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충격에 가깝다. 주로 지역사회에서는 특정 단체들, 예를 들면 장르 중심의 '협회들'이 각각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활동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탈장르와 융합, 문화예술생태계 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등장함으로써 지금까지 지역사회에서 축적했던 네트워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낯설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지역문화재단인 성북문화재단과 협치 파트너가 되어 정책 수립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기획사 중심의 지역축제행사를 넘어 축제민간사무국 구성이나 민관축제추진위원회 등을 통한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또한 공유성북원탁회의에서 출발해서 권역별 예술마을만들기 활동과 다양한 협동조합을 통한 참신하면서도 성공적인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실험은 어쩌면 한시적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방분권이 대두하는 이 시점에 공유성북원탁회의는 매우 중요한 사례임에 틀림없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개헌 논의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지방분권'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중 핵심 개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의 전환이다. 새로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헌도 중요하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인프라가 얼마나 구축되어 있는가일 것이다.

'공유성북원탁회의'는 단단한 조직이라기보다는 유연한 플랫폼에 가깝다. 운영위원회가 있지만 내적 완결형이 아니라 외부 연결과 공유, 연대와 확장을 지향한다. 최근에는 문화예술이라는 한정된 영역을 넘어 가장 작은 단위인 동네로 침투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삶이 드러나는 골목과 시장에서 지금까지의 경험과 시간을 나누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지표나 숫자와 같은 가시적 성과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동네에 이야기와 웃음이 꽃피는 공동체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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