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MB를 위한 변명

신승환

발행일 2018-03-26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부패·파렴치 그의 잘못만은 아냐
그것을 용납·추종했기에 가능
우리는 정치적 무능과 맹목
그 안의 욕망·이중성 교정 필요
온 몸으로 과제 수행하는 그에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미래 좌우

2018032501001988200095741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였던 사람이 그 나라의 규범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사실은 예외적인 상황일 수밖에 없다. G. 아감벤이 말하듯이 이 사건은 법률의 힘이 스스로를 무효화하면서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예외상황일까. 아니면 그가 대표하던 국가와 그 구성원을 철저히 기만했기에 그 법의 이름으로 단죄 받는 지극히 정상적 상황일까. 어떤 경우라도 이런 상황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는 어떠한 통치 합리성이나 존립의 정당성도 보증 받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은 한국이란 국가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위해 반드시 해명해야할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민 대다수가 그의 구속을 반기는 데 비해 반대로 그들의 정치적 의사를 재현하는 제일 야당에서는 공공연히 정치보복이란 주장을 펼치는 상황은 분명 분열적이며 이율배반적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정치가 한 공동체 내에서의 권력과 이해의 불가피한 상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라면 그 안에서 삶과 존재를 보증 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정치는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대부분은 정치에서 배제되거나 초연해지길 강요받았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정치가 과잉되거나 과소하게 재현된다. 정부수립 이후 우리는 이런 상황을 반복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모두 수감된 현실은 우리 정치의 역동성 못지않게 그 역기능과 이율배반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시금 우리는 우리 삶과 존재를 위해 국가 내의 정치적 상황을 면밀히, 과잉과 과소함을 넘어 정당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체계화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이런 역기능과 이율배반은 점차 위기를 재생산하고 증폭시킬 것이다. 정치적 분열증이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런 해명과 재건설 작업은 국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의무이며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 사회가 합의한 법과 법정신을 현저히 침해했을 경우 그가 누구든 처벌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에게 적용되는 법이 법정신에 어긋난다면 아감벤이 말한 것처럼 법률이 정지됨으로써 법률적 힘이 달성되거나, 절차적 법은 지켜지지만 그 정신이 폐기되는 예외상태일 수밖에 없다. 정상국가를 위해서는 이 예외상태를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삼성 부회장 이재용에 대한 면죄성 판결이나 MB의 구속은 그 개인의 치욕을 넘어 우리 사회와 국가의 정상성과 합리성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가 한 때 이 나라의 최고 통치자였기에 어쩌면 그는 자신의 몸을 바쳐 우리의 정상성과 합리성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준 것일지 모른다.

현재까지 나타난 그의 불의하고 부패한 정치적 행위는 마땅히 법의 이름으로 단죄되고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를 단순히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 사회의 예외상태는 지연될 뿐이다. 끝없는 자본과 사적 이익에의 욕망, 국가 통치 수단의 사익화는 물론, 생태계와 평화 상황을 파괴함으로써 초래한 생존 위기 문제 등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뒤에는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했고, 그가 통치했던 그 시간을 용납했던 우리들 내면의 욕망과 맹목적 정치의식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이 역시 철저히 해명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의 과소와 과잉, 정치 맹목을 넘어 정치의 정당함과 합리성이 복원되어야 한다. 그의 부패와 불의, 그 파렴치가 가능했던 것은 그의 잘못만이 아니다. 그것을 용납하고 추종했던 우리들의 정치적 무능과 맹목, 그 안에 똬리를 틀고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불의한 욕망과 이중성에 대한 해명과 교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 없이 공동체와 정치 위기는 결코 극복되지 않는다.

한 때의 최고 통치자가 자신의 몸을 바쳐 이 혹독한 정치적 성찰 과정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 아무나 최고 통치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에게는 그에게 맞는 정치적 사명이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정치적 사명이 있다. 감옥 안에서, 혹은 감옥 밖에서 이 과제와 직면하는 것이 지금의 정치적 과제이다. MB는 온 몸으로 이 정치적 과제의 수행을 외치고 있다. 그 외침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우리 공동체의 미래가 좌우된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신승환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