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

유승민

발행일 2018-04-04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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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평창동계·패럴림픽 성공했지만
올림픽시설 활용 풀어야할 숙제
비인기 종목도 인프라 확충
쏠림없이 다양하게 즐겨야


수요광장 유승민2
유승민 IOC 선수위원
전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대회 전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자 모든 우려는 눈녹듯 사라졌다.

우리 대한민국의 저력은 실로 대단했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은 선수들은 최고의 시설, 안방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 자원봉사자 및 지원 스태프들의 따뜻한 미소 속에 지난 4년간 갈고 닦은 최고의 경기력을 뽐냈다. 이 모든 성과 뒤에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평창의 혹한에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넘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자원봉사자들, 조직위원회와 군·경, 정부의 헌신적인 지원과 노력이 있었다. 특히 현장 응원을 아끼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진심 어린 관심과 지지는 평창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올해 대한민국 체육의 슬로건은 '스포츠 강국을 넘어 선진국으로'다.

대한민국은 하계, 동계올림픽을 모두 치러낸 전세계 8개국 중 하나가 됐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 이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전세계에 '스포츠 코리아'의 이름을 드높였다.

무엇보다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은 대한민국 스포츠가 한 단계 올라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선수들의 경기를 즐기는 자세, 메달색에 상관없이 선수들의 투혼에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성숙한 관중 매너, 그리고 경기 결과보다 과정에 주목하는 미디어까지 우리는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안팎으로 성장했다.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평창의 성공은 눈부셨다. 그러나 여기에 안주하거나 성공에 취해 있을 틈이 없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을 뛰어넘어 스포츠의 체질과 내실 측면에서도 더욱 강해지고 깊어져야만 진정한 스포츠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우선 해결해야 될 당면과제는 바로 올림픽 시설 활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올림픽 레거시(Legarcy)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 올림픽 레벨의 훌륭한 경기시설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해서 우리 동계종목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관심 속에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제2영동고속도로와 KTX의 개통으로 접근성은 현격히 좋아졌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평창의 역사가 깃든 이곳에서 스포츠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고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는 것 역시 과제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최신식 올림픽 레벨의 경기장에서 해외선수들의 전지훈련 및 국제대회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최고의 시설과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시설 유지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애물단지'로 전락할지, 지역 경제발전을 이끌 효자 노릇을 할지 결정될 것이다.

두번째는 동계종목 인프라 확충과 지속적인 발전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딴 봅슬레이 선수단이 기자회견에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했다. "올림픽 후 국가대표 상비군에 지원금이 끊겨 상비군을 해체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아시아 최초의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은 "내 이름보다 비인기 종목 스켈레톤을 기억해달라"며 울먹였다. "내 금메달로 비인기 종목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 금메달보다 더 값진 성과"라고 했다.

각 기업과 지자체의 동계종목 실업팀 창단과 시설 구축도 '평창 레거시'를 이어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여자아이스하키팀 창단을 선언한 수원시는 현재 아이스링크 건립을 논의중이다. 의정부시는 3월 27일 컬링전용경기장을 개장한다. 이런 실질적인 투자를 통해 동계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경쟁력이 유지되면 국민들의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도 이어질 것이다. 동계올림픽을 치른 나라다운 인프라와 수준 높은 선진 스포츠 문화를 향유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비인기 종목은 언제까지 비인기 종목이어야 할까? 언제까지 비인기 종목과 인기종목을 나누어야 할까. 모든 종목이 균형을 맞추며 전 국민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자신이 즐기는 스포츠의 스타를 열렬히 응원하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쏠림 없이 행복하게 어우러지는 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을 넘어선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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