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생중계

이영재

발행일 2018-04-06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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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5월 아르헨티나에 숨어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체포됐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을 체포해 수용소 강제 이주를 지휘한 특급 나치 전범이었다. 이듬해 4월 11일 그는 이스라엘 법정에 섰다. 이 재판은 전 세계 37개국에 생중계됐다.

재판 첫 날 법정 서기는 15개의 죄목을 읽어 내려갔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수백만 명 학살. 리투아니아 8만 명 학살, 라트비아 3만 명 학살,우크라이나 7만5천명 학살…. 아이히만은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행위에 대해 속죄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내가 뭘 잘못했지?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하는 표정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모습에서 '악의 평범성'을 읽어냈다. 아이히만의 섬뜩한 표정은 수용소에서 살아 난 유대인들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고스란히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그리고 1962년 5월 31일. 텔아비브 외곽의 라믈레 교도소에서 아이히만의 사형이 집행됐다. 2015년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된 '아이히만 쇼'는 이 재판 과정을 생중계한 제작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백인 전처와 그의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프로 풋볼 스타 O J 심슨 재판은 1994년 6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생중계됐다. 그 기간 미국인의 눈과 귀는 TV 화면에 집중됐다. 모든 정황은 심슨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흑인의 우상이었다. 드림 팀이라고 불린 그의 초호화 변호인단은 사건을 '인종차별의 관점'으로 몰고 갔다. 작전은 주효했다. 그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만일 재판이 생중계되지 않았다면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판결이 오늘 TV로 생중계된다. 사법사상 처음 열리는 하급심 생중계인데다 다른 사건의 선례가 될 수 있어서인지 관심이 뜨겁다.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이 확실한 가운데 안 하느니만 못한 중계라는 말도 나온다. 아무튼 오늘 중계는 역사에 선명하게 기록될 것이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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