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역사회보장, 꽃잎 같은 일들

정석원

발행일 2018-04-27 제1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정석원교수
정석원 사회복지사·서정대 겸임교수
한 기자가 물었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이 대체 뭐요?"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닐 것이다. 일의 중요성에 비해 주목을 받을만한 화젯거리나 논의가 부족하다는 말을 단박에 지적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사회보장급여법 35조에 따른 법정 계획이다. 지자체장이 4년마다 계획을 수립하게 되어있다. 올해는 4기(2019~22)를 준비하는 해이다.

4기 계획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기본 틀 안에서 지자체의 재량 영역도 반영하도록 되어있다. 특히 아래서 위로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주민참여를 가장 강조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지역 여건에 맞게'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의 중심에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있다.

협의체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간 연계·협력을 위해 2003년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시행, 평가 외에도 사회조사 및 지표 개발, 급여제공 등 사회보장 추진에 관한 사항을 심의·자문한다.

하지만 계획 수립 주체를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막연해한다. 분야별 욕구와 이슈는 무엇인지, 사업의 우선순위를 찾기 위해 절차와 방법, 규모 따위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례와 과정이 '양반집 상차림' 같아 서먹하고 낯설다.

수백 개가 넘는 사업목록과 산출지표 간의 짜임새 있는 연계도 넘어야 할 과제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노스의 황소(Minotauros)가 버티고 있는 미궁 같다.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지역·세대 간에 기울거나 치우친 점이 없어야 한다. 계층 간에는 온정적 간섭주의와 개인의 기본권 모두가 존중되어야 한다. 지역문제는 주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참여도 이끌어 내야 하지만 어느 틈에도 곁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실질적인 연계와 협력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담당 부서나 기관을 정할 수 없는 영역이 상당하다. 사실 이런 경우는 오롯이 계획수립 담당자의 몫이다.

계획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는 맹점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지역사회보장계획 자체가 모순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동기와 보상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복지 분야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앞만 보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늘 준비하지만 자기 성찰의 시간이 부족해 갈등도 있다.

게다가 자치단체별 역량 차이도 한몫을 한다. 전국에서 모인 행정 실무자를 대상으로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물었다.

"사회보장계획 수립에 참여해보신 분이 몇이나 되나요?"

"오늘 부서 발령받고 첫날인데 교육이라 참석했어요."

실무자에게는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함께 모여야 한다. 필시 갈래 길을 풀어내는 아리아드네(Ariadne)의 실타래도 참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첫차로 와서 막차를 타기 위해 교육장을 떠난, 그들 자리에 나도 앉아본다.

꽃구경이 한창인 4월이다.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한 구절이다.

'해마다 매번 나무에 거름 되는 벚꽃잎들'.

꽃잎은 피고 지지만 다시 뿌리로 돌아가 나무와 함께 하고 제철이면 어긋남 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우리 일도 꽃잎 같은 그런 일이다.

/정석원 사회복지사·서정대 겸임교수

정석원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