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진달래꽃

권성훈

발행일 2018-04-1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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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1902~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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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참꽃' 이라고 불리는 진달래꽃은 잎보다 먼저 꽃이 개화한다. 누구에게 전해 주려고 애가 탄 마음꽃이 붉게 터져 나오는 것인가. 이 시는 4월에 피었다 지는 진달래꽃으로 이별하는 연인의 정한을 애처롭게 들려준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회한과 비애 속에서 이별 또한 아름다워야 한다는 비장함을 담고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주는 격조 있는 침묵과, 그 길 위에 뿌려놓는 아름다운 꽃, 그리고 눈물대신 꽃길을 밟고 가라는 시행 이면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겠다'는 역설적 각오가 서려있다. 진달래꽃의 꽃말 '사랑의 기쁨'은 이별도 사랑을 시작할 때와 같이 '참꽃'으로 피워낼 수 있어야 '참사랑'이 되지 않겠는가.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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