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니어 예술가를 꿈꾸다

조은미

발행일 2018-05-25 제2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시니어에게는 삶의 깊이가 있다
스낵 컬처속에 살고 있는 시점에서
젊은 예술 깊이는 얕아지는 듯하다
눈 현혹시키는 기술은 발전하지만
심금 울리는 작품 만나기가 어렵다

조은미
조은미 이화여자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강사
바짝 마른 나뭇가지에 더 이상 푸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득 눈을 들어 보니, 연푸른 새싹이 돋고 있다. 아직 봄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여기저기 만개 소식이 들려온다. 본 필자에게 있어서 겨울 나뭇가지는 어르신의 손을 떠올리게 한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주름은 나이테처럼 시간의 지혜와 믿음을 준다.

2017년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말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이 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5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를 맞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시니어노믹스(Seniornomics),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는 단어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시니어들의 제2의 삶과 더불어 사회적, 경제적 역할이 크게 요구되는 때이다. 따라서 현재 지자체에서는 시니어들을 위한 직업학교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 직종은 한정되어 현재 많은 어르신들이 퇴직 후 평생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들의 관심사와는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시는 경우가 많다.

현재 시니어들의 생활환경이 향상됨에 따라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들이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단순 취미 생활에 그칠 뿐, 커리어로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부족한 상태이다.

특히 미술이나 공예 활동들은 시니어들의 치매예방이나 정서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젊은 날 바쁜 일상에 접해 보지 못했던 예술 분야의 활동들은 그들을 흥분시키기까지 한다. 단순한 체험에서 벗어나 위의 교육이 그들의 커리어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필요한 때이다. 단순한 어시스트 역할에서부터 시니어 아티스트로도 성장하거나 멘토로서 같은 연령의 사람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또는 디자이너로서 전문 디자이너들과 협업하여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니어들의 사회적 역할이 좀 더 역동성 있게 발휘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플랫폼 구축과 세분화된 커리어를 위한 아트 코디네이팅이 필요하다.

벌써 10여 년 전부터 유럽이나 일본 등 이미 선진국에서는 제2의 인생을 위한 직업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예로 스위스의 Senior Design Factory가 있다. 이 곳은 대학생들의 실험적인 발상으로 시작되었다. 스위스 시니어들의 뜨개질을 이용하여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하였다. 실질적으로 많은 시니어들이 제품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지역 커뮤니티에 교육을 실행하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던 시니어들의 뜨개질은 젊은 디자인들과 만나 새롭게 상품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100세 시대에 일반적으로 65세 퇴직을 가장한다면 30년이 넘는 긴 세월이 남는다. 말 그대로 직업 이모작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일은 노년의 행복을 가르는 최대의 변수가 되었다. 70세 이상 일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40%가 넘는다. 시니어들에게는 젊은 사회구성원이 넘볼 수 없는 그들의 지혜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급물살이 몰려오고 있는 4차 혁명을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나무는 한 해를 보내며 나이테를 두른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그 자태와 위엄은 더욱 높이 평가받는다. 시니어에게는 젊은이들이 가질 수 없는 삶의 깊이가 있다. 스낵 컬처(snack culture)속에 살고 있는 현시점에서 젊은 예술 또한 그 깊이가 얕아지는 듯하다. 눈을 현혹시키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만나기가 어렵다. 시니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예술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시니어 아티스트, 디자이너를 꿈꿔 볼 수 있다. 불가능해 보였던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싹이 돋아 봄을 알리듯 시니어들에게도 제2의 예술 같은 삶, 삶이 예술인 시대가 올 것이다.

/조은미 이화여자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강사

조은미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