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강함과 약함의 공존' 인정하고 지키는 사회-반려견을 떠나보내며

김정순

발행일 2018-04-1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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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처럼 작고 힘 없는 나의 분신
목줄 없는 진돗개에 희생 당해
반려동물 천만시대 걸맞게
시스템 마련·제도 정착 등 절실
내게 소중한만큼 타인에게도 소중


수요광장 김정순2
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나는 언제 줄 거예요?' 고기 굽는 옆에서 녀석이 침을 흘리며 묻는다. 녀석은 천둥벼락이 쳐도 꿈쩍 않지만 냉장고 여는 소리에는 꿀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더 이상 체중 증가는 안 된다는 의사의 경고 속에 가족들의 타박에도 '나도 먹고 싶거든요'라는 애절한 눈빛에 나는 매번 무너지고 만다.

주전부리 할 때는 앉지도 못하고 뒤돌아서서 녀석 몰래 허겁지겁 먹다가 들키면 꼼짝없이 나눠줘야 한다. 외식이라도 하고 온 날에는 킁킁 검사를 해댄다. 비만 견에게 다이어트는커녕 또 주고 말았다는 자책과 후회는 내 몫이지만,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며 더 큰 행복감이 밀려오는 걸 어찌 한단 말인가.

순진무구한 녀석의 눈빛은 도무지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과 함께 있을 때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하며 미소 짓게 된다. 생각해보니 참 많은 순간, 위로받았다. 함께 뒷산을 산책할 때면 깊은 교감이 느껴진다. 그 순간 온전한 평화까지 맛본다면 과장일까? 그만큼 녀석은 반려동물 이상이었다. 가족은 서로 사랑하지만 끊임없이 부대끼며 기쁨도 주지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 서운함을 주고받는 가족과 다른 그 무엇이 있다. 하기야 녀석이 말로 직접 확인해준 적은 없으니 우리가 완벽한 관계라고 믿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녀석이 내 삶의 소중한 부분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이제 녀석이 그토록 좋아하던 맛난 음식을 더 이상 줄 수 없다. 이제는 녀석과 산책할 수도 없다. 함께 나누던 그 행복을 다시는 느낄 수 없게 돼버렸다. 얼마 전 녀석은 우리 가족 곁을 영원히 떠났다. 목줄도 견주도 없이 홀로 어슬렁거리던 이웃집 진돗개에게 물려 11년 견생을 마감했다. 그것도 녀석이 제일 좋아하던 집 근처 산책로 입구에서 가장 처참한 방식으로.

인형처럼 작고 힘없는 포메라니안을 땅에 내려놓자마자 이웃집 진돗개는 급소를 물고 놓지를 않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통곡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물려버린 그 순간 목줄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속수무책으로 처참하게 당하는데도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의 끔찍함과 무력감을 어떤 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 나는 키우던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덜자는 것이 아니다. 사고 후에 알았지만 그 진돗개에게 희생당한 소형 견은 이번뿐이 아니다. 옆집 시추도 저 세상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견주는 자신의 개에게 목줄을 맬 수 없다고 한다. 원망과 황당함이 말로 할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분노를 쏟아놓자는 것도 아니다. 나의 분신 같은 녀석의 부재를 견뎌내며 감당해야 되는 공허와 먹먹함을 하소연하자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느낀 것이 있다. 강함과 약함으로 우열을 나누는 게 아니고 서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강한 반려동물과 약한 반려동물, 혹은 동물을 꺼려 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 다 함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애견인은 반드시 '펫티켓'을 잘 지켜야 한다. 자신의 반려견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반려견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산책할 때 목줄 매기는 물론 배변 수거 등 펫 문화가 바로 서야 한다.

반려동물 천만시대에 걸맞게 반려견 관리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과 제도 정착이 절실하다. 반려동물이 위해를 당했을 때 민사적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책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는 국내 법제 하에서는 그 처벌이나 보상이 적합하게 이뤄질 리 없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도 시급해 보인다.

강함이 약함을 억압하는 폭력적 약육강식 구조라면 문명세계라고 할 수 없다. 강함과 약함이 생존에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반려인, 또는 반려동물끼리 혹은 반려동물을 꺼려 하는 사람들도 다 함께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바람직한 펫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김정순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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