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인천의 색(色)

이충환

발행일 2018-04-1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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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진 석양·강화 갯벌색 등 10가지 색
모호하고 선명치 않고 창의성도 없어
도시정체성 색으로 표현 고무적 불구
시민 대표할 역할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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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뉴욕은 '노랑'이다. 맨해튼 차도를 가득 메운 노란색 택시 '크라운빅토리'는 수많은 영화에서 뉴욕을 상징한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캐리는 늘 노란색 택시를 타고 다닌다. 맨해튼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뉴욕, 아이 러브 유(New York, I love you)'는 노란색 택시에 뉴요커 두 남자가 좌우의 문으로 동시승차하면서 시작된다. 뉴욕은 '빨강'이다. 1969년 버지니아 주의 관광슬로건 '연인들을 위한 버지니아(Virginia is for Lovers)'에서 힌트를 얻은 빨간 하트의 'I♥NY'은 가장 성공한 도시브랜드다. 뉴욕의 애칭 '빅애플(Big Apple)'에서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색상 또한 빨강이다. 기념품 티셔츠나 머그잔에 선명한 빨간색 사과는 이 도시를 추억하는 강렬한 이미지다.

그러나 뉴욕의 공식 색상은 노랑도 빨강도 아니다. 뉴욕시 깃발에 사용되는 색은 파랑과 오렌지색이다. 파란색은 페이스북 로고에 사용되는 이른바 '페이스북 블루'에 가깝다. 오렌지색은 네덜란드의 흔적이다. 1648년 에스파냐로부터 네덜란드의 독립을 이끈 지도자 빌렘 1세는 '오라녜 공작(Prins van Oranje)'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영어로 말하자면 '오렌지 공작(Prince of Orange)'이다. 예서 유래된 오렌지색은 이후 네덜란드인이 가장 사랑하는 색상이 됐다. 뉴욕은 원래 이들 네덜란드인들이 맨해튼섬을 원주민들로부터 사들여 '뉴암스테르담'이라고 이름붙인 곳이었다. 깃발의 색상은 그런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피츠버그는 '아즈텍 골드(Aztec Gold)' 색상으로 유명하다. 교각을 갖춘 정식 교량만 400개가 넘는 이 도시에서 특히 유명한 세 개의 다리 '쓰리 시스터즈(Three Sisters)'는 13세기 아즈텍문명을 연상시키는 빛바랜 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해질 무렵 파이어리츠 홈구장인 PNC파크 외야석 너머로 보이는 '아즈텍 골드'의 로베르토 클레멘테 브리지와 앨러게니 강, 그리고 고층빌딩들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2001년 피츠버그역사경관재단이 중심가의 교량 색상을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2015년 온라인 투표에서도 앤디 워홀 브리지를 은색으로, 레이첼 카슨 브리지를 녹색으로 각각 바꾸면 어떻겠는가라는 물음에 85%가 '아즈텍 골드를 유지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며칠 전 인천을 대표하는 10가지 색상이 발표됐다. 인천 바다색, 인천 하늘색, 정서진 석양색, 소래습지 안개색, 강화 갯벌색, 개항장 벽돌색, 문학산 녹색, 참성단 돌색, 팔미도등대 백색, 인천 미래색이다. 10년 전 서울시가 단청빨간색, 한강은백색, 남산초록색, 고궁갈색, 꽃담황토색, 서울하늘색, 돌담회색, 기와진회색, 은행노란색, 삼베연미색 등 10개 색상을 대표색으로 선정한 것과 꼭 닮았다. 경주시가 5년 전 금관 금색을 대표색으로 앞세워 화랑 적색, 불국 홍색, 동해 청색, 남산 녹색, 서라벌 황색, 첨성 자색, 삼국 흑색 등 8가지 상징색을 발표한 것과도 유사하다.

도시정체성을 색으로 표현하고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고무적이다. 문제는 인천의 그 색들이 모호하고, 선명하지 않으며, 창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인천 하늘색과 서울 하늘색은 어떻게 다르지? 문학산 녹색과 서울 남산의 초록색과 경주 남산의 녹색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지? 소래습지 안개색은 어떤 색이지? 인천 미래색은 아무래도 현실적이지 않잖아? 인천을 '단박에' 나타낼 수 있는 색은 없나? 신문지면을 통해 활자로써만 소식을 접한 나로선 더더욱 감이 잡히질 않는다. 상징색은 특정한 집단을 대표하고, 그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이번에 발표된 인천의 상징색이 인천시민들에게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충환 인천 시청자미디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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