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가끔 뒤돌아 보기

박상일

발행일 2018-04-1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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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한 휴대폰 없인 못산다는 세상
갈수록 새로움에 뒤처지지 않으려 허덕
이따금 내 가족·친구들 잊지 않았는지
'사람 냄새' 사라지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참 좋은 세상이다. 주머니에서 휴대폰만 척 하고 꺼내면 안되는 게 없으니 말이다. 손바닥 만한 것으로 인터넷 검색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고, 돈도 내고, 메모도 하고, 심지어는 길도 찾아주기도 하고, 집안의 가전제품을 켜고 끄기도 한다. 요즘에는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쇼핑할 때 적당한 상품을 추천까지 해준다고 하니 정말 신통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바꿔봤다. 2년의 약정기간을 꽉 채워 쓴 휴대폰이 애초부터 시원치 않은 것이어서 답답하던 차에 조금 더 '신식'으로 바꿔봤다. '최신'이라고 안하는 것은 그 정도는 안된다는 의미다. 2년 전쯤에는 '최신'이었을 제품이지만, 이제는 매장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제품이다. 매장에서도 팔지 않는 제품이니 당연히 중고로 샀다. "웬 중고?"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깨끗한 중고를 사서 쓰는 짭짤한 재미를 즐기는 편'이라는 변명을 준비해 두었다.

바꿔보니 역시 좋다. '지문 인식'이라는 것도 되고, '음성검색'을 누르고 "○○ 찾아줘" 라고 하니 구글에서 알아서 검색까지 해준다. 카메라도 렌즈가 두 개라 가까이 혹은 광각으로 찍을 수 있고 '슬로 모션'이니 '타임 랩스'니 하는 요상한 기능까지 있다.

하지만 마냥 좋을 리 있으랴. 역시나 문제가 생겼다. 백업 프로그램을 돌려서 틀림없이 백업을 해 옮겼는데, 주소록에서 수십 명이 사라졌다. 혹시나 해서 구글 동기화까지 돌리고 예전 휴대폰과 연결해 주소록을 다시 옮기는 등 별별 짓을 다해도 예전 주소록 숫자보다 10여 명이 부족하다. 천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 연락처 중 어느 것이 사라졌는지 도무지 찾지를 못하겠다.

당황해 하고 있는 사이에 전화가 울린다. 거는 상대방이 누군지 안 뜬다. 별 수 있나, 공손하게 "여보세요"하고 받았다. 일순 대화가 멈추더니 "… 접니다…" 라며 당황한 목소리가 돌아온다. 아차, 우리 부서 후배다. "하하, 전화기를 바꿨더니 번호가 안 떠서…."

웃으며 넘어갔지만, 사라진 10여 명이 영 찜찜하다. 그러다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들었다. "어라? 번호가 어디 갔지?" 또 당황한다. 그리고 가족 전화번호도 못 외우는 머리만 애꿎게 쥐어박는다. 허~그게 머리 잘못인가.

아마도 누구나 한 두번 쯤은 거의 똑같은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늘 하는 얘기지만, 이제는 휴대폰에 문제가 생기면 순식간에 바보가 되고 만다. 오죽하면 회사에 출근했다가도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다고 다시 가고, 휴대폰이 고장 나면 만사를 제쳐놓고 고치러 갈까. 가끔 우스개 소리로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휴대폰 없이는 못산다"는 말까지 나오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가끔 옛날 옛적 '3G폰'을 쓰는 사람들을 만난다. '스마트폰'이 아닌 이 '유물'은 요즘 것들이 자랑하는 그 신통방통한 기능들이 별로 없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똥고집'을 부리며 옛날 폰을 쓰는 사람들의 생활이 그리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하긴 우리도 몇 년 전에는 그것을 썼으니, 그 사이 생활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 별 문제없는 게 맞다. 그렇다. 그 신통방통한 것에 빠지지 않으면 될 뿐이다.

생각해 보니 갈수록 새로운 세상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허덕이며 사는 것 같다. 회사에서 맡은 일과 연관도 있으니 아예 모른 체 하며 살 수는 없겠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혹은 새로운 것에 빠져서 본래의 '나'를 잊고 산다면 그것도 문제다. 가끔 한번 쯤 뒤를 돌아보며 살자. 내 가족들과 친구들과 동료들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휴대폰이 없으면 당장 바보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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