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미상봉 이산가족 초청행사, 200여명 '그리운 기억']"꼭 한번 보고파" 백발의 소년·소녀들 염원

신선미 기자

발행일 2018-04-11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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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라 손 흔들던 어머니" 아련
"자식세대 잘 못느껴" 관심 주문
도내 17338명·전국 58261명 남아

"어머니가 자신은 집을 지키고 있을 테니 잠깐 피했다가 오라고 했는데 영원히 못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이경용(85·수원시 화서동) 할아버지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마지막은, 몇 푼 안되는 가재도구를 지키겠다고 집에 남아 '얼른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던 모습이다.

그저 잠깐 피했다가 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건만, 그 사이 열일곱 소년은 백발의 노인이 됐다.

이 할아버지는 "어머니는 진작에 돌아가셨겠지만 개성에 남아있는 누님과 조카들, 사촌들이라도 꼭 보고 싶다"며 "통일돼서 만나면 가장 좋겠지만 분단 상태에서라도 손 한번 잡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순이(82) 할머니는 열네살 때 황해도 풍천의 외가에서 남동생과 생이별했다.

이 할머니는 "동생이 개울에서 놀다가 짚신을 잃어버렸는데, 어머니가 맨발로 이동이 어려운 동생에게 '통일되면 외삼촌이랑 손붙잡고 오라'고 했다"며 "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자식새끼 두고 오는 어미가 어딨냐'며 어머니를 구박했고, 평생을 자책하며 사셨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나라도 죽기 전에 남동생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전했다.

10일 수원의 한 호텔에서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주최로 진행된 '미(未)상봉 이산가족 초청행사'에 참여한 200여명의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과 함께 후손들의 관심도 주문했다.

이 할아버지는 "3남매를 낳았는데 자식과 손주들은 당사자가 아니어서인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더라"며 "당사자들이 북에 있는 가족들을 끝내 만나지 못한다면 이산가족의 아픔과 눈물은 잊히고 말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 딸도 "나 같은 이산가족들도 '고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세대이기 때문에 실향민인 부모님의 아픔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며 "살아있는 실향민만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모두가 역사의 비극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미상봉 이산가족의 상실감과 숙원을 위로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올해 전국에서 15차례 진행된다. 경기도에는 지난 2월 말 기준 1만7천338명, 전국 5만8천261명의 이산가족이 남아 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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