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김기식 사태

윤인수

발행일 2018-04-1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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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로비성 해외출장 파문이 심상치 않은 정치적 사태로 번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내로남불'형 이중적 도덕률의 수많은 사례에 하나 더 보태는 선에서 끝날 듯 싶더니,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논란으로 확대된 것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로맨스'라 주장하지만 야당은 '불륜'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여론은 사태의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

부적절한 해명이 불씨를 키웠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국민세금을 지원받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경비로 여비서와 외유성 출장을 다녀오는 등 세차례의 무상 외유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민주당은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이라고 보호막을 쳤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KIEP의 실패한 로비'라고 거들었다. 당사자인 김 원장은 출장에 동행한 여비서의 역할이 '정책총괄자'라 했다. 도덕성을 묻는 질문의 본질을 자의적인 법과 관행의 해석으로, 현란한 수사로 외면한 셈이다. 결정적으로 김 원장의 정책총괄 비서의 당시 신분은 인턴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서 잉태됐다. 권력의 비도덕성에 절망한 국민이 대안 부재 상태에서 선택한 권력이다. 도덕적 순결의 의무는 그만큼 엄중하다. 전 대통령과 전전 대통령이 적폐의 상징으로 전락해 구치소에 수감된 초현실적 상황은 권력의 도덕성을 회복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책무를 상기시킨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꾸준히 70%를 유지하는 동력은 권력의 새로운 전범(典範)을 갈구하는 대중의 소망이다. 민심은 '김기식 사태'를 문재인 정부의 도덕적 우월성을 검증할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자신들이 어부지리로 획득한 도덕적 권위의 엄중함을 인식했더라면 여기에 이르렀을까 의문이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김 원장의 외유가 관행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것도 관행 아니냐"고 힐난했다. 이 질문은 청와대와 여당이 자문자답했어야 옳았다. 김기식의 관행과 박근혜의 관행이 뒤섞이면 문재인 정부와 전 정부·전전 정부 사이의 차별성이 모호해진다. 여권이 직시해야 할 '김기식 사태'의 본질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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