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시네]당신의 부탁

'어쩌다' 엄마·아들… 상처 위로 '가족' 싹틔우다

강효선 기자

발행일 2018-04-1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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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남편 잃고 전처 아들 맡게돼
데뷔 첫 엄마역 임수정 감정선 절제
윤찬영, 복잡 미묘 눈빛·연기 '주목'
미혼모·의붓어미 등 어머니 총망라

■감독 : 이동은
■출연 : 임수정, 윤찬영
■개봉일 : 4월 19일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08분


32살의 효진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친구 미란과 공부방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의 남동생의 전화를 받기 전까진 말이다.

남편의 동생은 남편과 전처 사이의 아들, 종욱의 엄마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종욱을 키우던 외할머니가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효진은 종욱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효진과 종욱이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 영화'다. 극적인 장치나, 특이할 만한 갈등도 발생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효진과 종욱의 감정선을 따라 담담하게 극이 진행된다. 종욱은 아빠의 애인으로만 알았던 효진의 아픔을 굳이 들춰내려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효진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한다.

효진도 마찬가지다. 외할머니의 부재로 갈 곳을 잃은 종욱에게 동정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어쩌다 가족이 됐고, 어색하기 그지 없는 상황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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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에 대한 '상실감'을 매개로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영화 속에서 천천히 흐른다.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사건, 기억에 남을 큰 사건이 없음에도 지극히 평범하고 차분한 흐름 만으로 인물들의 상처와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은 임수정은 절제된 감정 연기로 새로운 엄마를 표현했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갑자기 종욱을 맡게 된 상황을 섬세하고 안정적인 감성으로 풀어간다.

사춘기인 종욱 역의 윤찬영은 긴 대사 없이도 풍부한 감정과 눈빛, 연기력으로 낯선 엄마와 살아가는 복잡한 감정을 잘 그려냈다.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mothers(엄마들)'다. 그래서 영화에는 다양한 엄마가 등장한다.

죽은 남편의 아들을 돌봐야 하는 법적 보호자로서의 엄마 효진부터 아이를 갓 출산한 초보 엄마, 항상 딸이 잘되기를 바라며 잔소리하는 친정엄마,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돼 아이를 입양 보내려는 10대 엄마,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낳을 수 없는 엄마,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를 두고 떠난 의붓엄마까지 여러 엄마가 등장해 '엄마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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